계기

결혼에 대한 각오

by 무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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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땐 23살이었다. 결혼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엄마는 반대, 아빠는 찬성, 오빠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3인3색의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 33살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땐 아무도 그 상황에 토를 달지 않았다. 10년의 시간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결혼 적령기'...? 주변 동창이나 언니들은 아직 어리다고도 얘기했지만, 가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오빠가 가고 다음해에 나는 결혼하게 되었다. 내가 딱 그 때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결혼을 늦출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혼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분명 좋은 사람이고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았지만, 혼자도 그렇게 잘 살지 못해서였을까? 결혼이 두려웠다. 가족들도 자주 싸웠다. 나는 태생적으로 주변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애쓰고 눈치를 보는 성향이 있어서 가족들이 싸울 때 감정적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그 때의 나를 생각하면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도 별로 들지 않았다. 결혼이 두려운 마음은 결혼식을 생략하고자 하는 의지로 표현되었다. 요즘엔 이혼이 흠도 아니고, 실패할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굳이 알려야 할까? 그러나 부모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을 안 하는 건 상관 없지만 결혼식 없이 결혼하는 건 안 된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역시 엄마도 어쩔 수 없는 '축의금 회수'가 신경쓰였던 걸까? 라고 속좁은 생각을 했지만, (어쩌면 그것도 사실이겠지만) 결혼과 예식 모두를 마친 지금은 '어떤 각오'로 결혼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임을 곱씹었다. 어설픈 각오로 결혼을 하지 마라, 는 엄마의 단호한 일침이자 바람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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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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