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전시, 그리고 결혼
결혼에 대한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면 페미니즘에 한참 빠져 있던 열혈 여대생의 객기에 대해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겨우 23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두 명씩 "결혼 할 거야?"라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하자 그때나 지금이나 성미가 급한 나는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식에 대해서 알면 알 수록 그것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졸업 전시 주제로 '결혼'을 작품으로 펼쳐보고자 마음먹었다. 마침 내가 하고 있던 연극 작품에도 결혼식 장면이 등장해서 총체적으로 비주얼라이즈 하는 공간디자인 작업이 되었다.
날카로운 장도, 사슬같이 얽힌 커플링, 새장처럼 거대한 패티 코트, 거대한 축의금 통... 결혼식의 상징들을 하나하나 가져다 놓고 허례 의식인 점들을 꼬집었다. 결혼식은 어디서부터 왔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함께 생각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었다. 졸업 전시가 으레 그렇듯, 작품성보다는 수고스러웠던 졸업의 과정을 치하하며 우리만의 축제로 끝나는 느낌이었다.
이제 좀 한가해질 즈음 부스 앞에 어정쩡하게 서있던 나를 지나가던 한 어르신께서 불러냈다. 이 작품의 작가님이냐 묻더니, 결혼 하실 거냐고 대뜸 물어보는 게 아닌가. 이 작품과 내 결혼 여부는 아무 상관 없었기 때문에 바람 빠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대답하려는 찰나, 머리가 새하얘졌다. 결혼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자신있게 펼쳐냈지만, 막상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어쩌면 잘 결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결혼 그까짓거 못 하는게 아니고 안 하겠다고 잡아 떼고 있는 걸까?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내 작품에 던져진 유일한 질문은 10년 후에나 답할 수 있게 되었다.
"네, 어쩌다 보니, 결혼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