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취를 반대하는 현실적인 이유 2가지
2030 세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바로 ‘독립’에 대한 고민이다. 다 큰 성인이 되었으니 주거 형태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이제 돈도 벌고 부모님 잔소리도 그만 듣고 싶은 마음에 자취를 해볼까 고민해 본다. 주변 친구들은 이미 독립해서 혼자 편하게 산다.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든다. 자취를 하면 가족들 눈치 안 보고 내 취향껏 꾸민 공간에서 아무런 방해 요소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게다가 월 지출을 계산해 보니 생각보다 얼마 안 한다. 욕심만 좀 줄이면 달에 5~60만 원 정도에 그럭저럭 살만한 집을 구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청년이 ‘독립’을 하게 된다.
자취를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누군가는 지방에 사는데 직장이 서울이어서, 또 다른 누군가는 부모님의 등살에 떠밀려 쫓겨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하나씩은 있다. 만약 자취를 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면, 나는 그 자취를 찬성한다. 예컨대 연봉을 훨씬 더 많이 주거나, 장기적으로 나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직장이 도저히 출퇴근할 수 없는 거리에 위치할 때, 자취를 선택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내가 반대하는 자취는 이러한 합리적인 이유의 자취가 아니라 ‘그냥 해보고 싶어서’ 하는 자취이다.
많은 청년들이 ‘그냥 해보고 싶어서’ 자취를 한다. 나는 이러한 선택을 매우 위험한 선택으로 본다. 나이가 어릴수록, 주거 형태의 변화가 내 인생 전체를 뒤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당장은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내가 어떤 집에서, 어떤 형태로 사는가는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자, 그럼 ‘그냥 해보고 싶어서’ 하는 자취를 왜 반대하는지 2가지 이유와 함께 아래에서 서술해 보도록 하겠다.
자취를 하면 월세만 나가는 게 아니다. 관리비는 물론이고 부모님 집에 얹혀 살 때는 전혀 몰랐던 비용들이 나가게 된다. 수도권(서울 및 경기)의 원룸 자취방 평균 월세는 대략 70~90만 원 정도이다. 비교적 저렴한 경기도 외곽 지역은 5~60만 원이 평균이며, 서울 중심 지역(용산, 강남, 잠실, 여의도 등)의 월세는 평균 90~100만 원 정도이다. 여기에 관리비까지 더하면 어느 지역에 어떤 퀄리티의 매물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게는 6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초반대의 월세가 나오게 된다.
당연히 이게 끝이 아니다. 자취생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비용은 당연코 ‘식비’다. 식비는 사람마다 편차가 크겠지만, 못해도 매달 3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까지 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 외에 각종 공과금(인터넷, 가전제품 구독료 등등)과 소모품(욕실 용품, 청소용품 등등) 비용까지 더하면, 처음 생각했던 월 지출보다 훨씬 더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한 명의 페르소나를 형성하여 월지출 계산을 해보도록 하자. 경기도에서 자취하는 20대 여성 A 씨가 있다. 그녀는 월세로 매달 55만 원을 지불하고 있다. 관리비는 전기세 포함하여 매달 약 15만 원 정도 나간다. 식비로는 최대한 배달음식을 먹지 않고 직접 해 먹기 때문에 매달 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집에 계약된 인터넷과 정수기 구독료로 한 달에 약 5만 원의 비용이 나간다. 마지막으로 각종 소모품을 채워 넣는 데에 매달 약 5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총비용을 계산해 보면, A 씨는 매달 약 110만 원 정도의 돈을 자취하는 데에 쓰고 있다. 만약 부모님 집에 얹혀살았다면 부모님께 약간의 주거비를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매달 약 7~80만 원은 더 저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달 7~80만 원은 20대 30대의 젊은 청년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금액이다. 만약 매달 80만 원으로 연평균 수익률 10%의 금융 자산에 복리로 투자한다면, 10년 후에 무려 1억 6천만 원이 된다. 금액은 시간이 더 늘어날수록 복리의 힘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10년간 자취하는 것의 대가가 1억 6천만 원이라면, 나라면 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면 그 돈을 '자산에 투자'하겠다. 자취를 하지 않고 만들어낸 1억 6천만 원은, 다음 10년 이후에는 얼마가 되어있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1억 원의 시드머니를 투자로 잘 굴려 몇백억 원의 자산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1억 원의 자금을 가지고 사업을 일구어 몇백억 대 부자가 되기도 한다.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몇백억 자산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자취로 인해 날려버리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월 7~80만 원을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다.
대부분의 자취생들이 이 이유 때문에 자취를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역설적으로 이 이유가 자취를 하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제력이 높은 존재가 아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자극적인 것을 참을 수 있는 자제력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런데 혼자 살게 되면, 자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집 안에 눈치 볼 사람이 없어짐으로써 진입 장벽이 하나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취를 하면 자연스럽게 저품질 도파민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서 말하는 '저품질 도파민'이란 술, 담배, 숏폼과 같은 비 생산적인 일들로부터 얻는 도파민을 뜻한다. 집안에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도 없고 따로 눈치 볼 사람도 없으니, 이러한 저품질 도파민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저품질 도파민 중독에 대한 주제는 다음에 한 번 제대로 다룰 예정이다. 어쨌거나 혼자 사는 것은, 나를 어떠한 중독에 빠트리기 쉽다. 실제로 혼자 살게 되면서부터 정신적, 육체적으로 망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NIH PubMed Central에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충동 조절, 장기 계획 능력, 자기 통제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20대 중반 전후에 이르러서야 완전히 발달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전두엽의 성장이 끝나지 않은 20대 시기에 저품질 도파민을 아무런 진입 장벽 없이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 나에게 잔소리를 해주는 것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듣기 싫은 엄마의 잔소리가, 실은 나를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취를 하면 안 되는 유형과, 자취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요즘 미디어를 보다 보면 ‘캥거루족’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재의 사회는 캥거루족을 마치 '능력이 부족한 한심한 사람들'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단언컨대 캥거루족은 죄인이 아니다. 캥거루족은 경제 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며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자산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일반적인 직장인 월급으로는 도저히 수도권에 주택을 매입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이것은 당신의 잘못도 아니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경제 발전에 따른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니 자책할 필요도, 청년들을 무능력하다고 욕할 필요도 없다.
캥거루족이라고 해서 해야 할 일을 안 하지 않는다. 할 사람은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도 재할일을 다 하고, 안 할 사람들은 독립해서 혼자 살아도 안 한다. 주거 형태의 차이가 개인의 능력도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