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와의 여행> 중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어빈 얄롬(Irvin d. Yalom)은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이며 실존주의적 심리치료사이고 작가다. 그가 쓴 <Momma and the Meaning of Life>라는 소설을 번역한 책이 <폴라와의 여행>이다. 그의 소설을 보면 얄롬이 심리치료실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만났을지 짐작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얄롬을 만났던 내담자들이 부러웠다.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과 시간뿐 아니라 얄롬과 같은 치료자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을 것 같다. 얄롬과 같은 좋은 안내자를 만나고 싶다. 얄롬이 말했듯이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바로 사람 그 자체니까.
<폴라와의 여행>에는 여섯 가지 심리치료 이야기가 있다. 여섯 가지 이야기가 모두 흥미로웠지만 난 그중에서 첫 번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엄마와 삶의 의미’이다. 이 이야기는 얄롬 박사가 꾸었던 꿈이 모티브가 되었다.
책 이야기다.
꿈에 엄마가 나왔다. 나(1인칭 소설이다)는 작가고 강의도 하고 심리치료사이기도 하다. 나는 돌아가신 엄마에게 분노와 증오의 감정이 있다. 그런데 나는 꿈속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나 어떡하지, 엄마?”라고 묻다가 잠에서 깼다. 나는 그 꿈을 꾸고 난 후, 당황했고 그 꿈에 온종일 홀려 있었다. 나는 일생 과거로부터, 어쩌면 엄마로부터 도망칠 방법을 강구하며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를 내 마음에서 씻어 내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하고. 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성적으로는 이해했다. ‘학대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가정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좋은 가정에서 사랑을 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가정과 분리하는 일에 별로 갈등하지 않는다.’라고 환자들에게도 설명했었다. ‘아이들이 갈등 없이 집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은 부모의 역할이 아니겠는가?’라고 강의도 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마음의 틈새로 은근히 들어와 있는 엄마의 뿌리를 뽑아낼 수 없는 자신이, 또 생애의 마지막에 “나 어떡하지, 엄마?”하고 묻지 않을 수 없는 나 자신이 미웠다. 나의 꿈은 내가 산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의 것을 말하고 있다. 나의 꿈은 ‘나의 삶은 돌아가신 엄마의 인정을 받기 위한 노력이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꿈의 필름을 되돌린다. 꿈속에 들어가 엄마를 부르고, 엄마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고맙다고 말하는 것, 또 서로 비난하지 않고 이해하기로 하면서 말하는 것, 이런 것들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인데도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생각하면서. 나는 엄마에게 이 세상 모든 사람은 근본적으로 고독한 것이니 아들인 나를 붙잡고 있지 말라고. “엄마는 혼자라는 걸 인정하지 않아요, 나랑 있어요. 내 생각 속에서 얼쩡거려요. 내 꿈속에서도요. 나를 놓아주세요.”라고 말하며 이제는 우리 둘 다 각자의 꿈을 꿀 때가 되었으니 엄마는 엄마의 꿈을 가지라고 말했다. 놓아주지 않는 엄마에게 이제는 구속하지 말고 헤어지자고 말했다.
이 부분을 읽으며 그는 자기가 세워놓은 목표를 향해 사는 게 아니라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것에 너무 많은 노력을 하고 살구나.’라고 생각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너의 꿈?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그게 바로 잘못된 거야. 오이빈. 너는 내가 너의 꿈속에 있다고 생각하지. 그 꿈은 너의 꿈이 아니다, 아들아. 그건 나의 꿈이야. 엄마들도 꿈을 가져야만 한단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이건 뭐지?’ 하는 느낌이다. 정작 못 떠난 건 누구인가? 얽매여있는 것은 누구인가? 엄마의 꿈이 뭣이든 아들인 나에게 무슨 문제인가? 난 내 꿈을 이루며 살면 되는 것을. 엄마에게 놓아달라고 하기보다 자기 자신이 먼저 놓으면 되지 않나? 수시로 불쑥불쑥 찾아오는 엄마 생각을 씻어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생각나면 생각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냥 흘려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가. 엄마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또 생각이 나는구나.’ 하고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살아가면 오히려 변화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자신을 문제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살면 좋겠다.
“그래, 넌 너의 삶의 목표를 가지고 너의 삶을 살아. 엄마의 꿈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말고. 엄마의 꿈은 엄마가 꾼다. 그건 내 꿈이니까.” 내가 책 속 엄마라면 그렇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