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eelike Dec 03. 2020

수능 날이면 그 아이가 생각난다

수능 날에 

오늘은 수능을 치는 날이다. 수능 날이면 그 아이가 생각난다.


A와 B는 고등학교에서 만나 친한 친구가 되었다. 둘 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재수를 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졸업식에 참석해서 대학에 간 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고 축하했다.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은 겨울 방학 동안 충분히 한 터라 이제는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 친구들을 기꺼이 축하할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된 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은 소수였고, 자신의 졸업식을 포기할 만큼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마음도 없었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새로 시작하는 재수 생활을 할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A와 B는 재수를 하면서도 가끔 만나 서로의 마음을 터놓기도 하고, 어떨 땐 같이 게임도 하면서 이겨나갔다.      


재수 후 다시 수능을 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들 사이는 괜찮았다. A는 대학에 가고 B는 또 대학에 가지 못하고 삼수를 하게 되었다. B가 삼수하는 동안 A는 B 공부에 방해가 될까 연락을 먼저 하지 않았다. A 나름의 배려였다. B가 먼저 연락해오길 기다렸지만 B는 연락하지 않았다.  A는 B가 잘되길 바랐지만, 그래서 같이 재미있게 놀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A의 사소한 말에 B가 마음이 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B의 자격지심이 A를 피했을 수도 있다. 대학에 간 A의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B 때문에 A가 서운했을 수도 있다. 무슨 이유로 연락을 꺼리게 되었는지 서로 터놓고 이야기라도 했다면 덜 찜찜했을지도 모르겠다.      


B의 세 번째 수능 후 A는 B에게 여러 번 연락하려고 했지만, 관계는 끊어졌다. B를 생각하면 궁금해진다. 고등학교 3년을 같이 다녔고 마음을 나누고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B가 어느 대학에 갔더라도, 심지어 대학을 안 갔더라도 A에겐 친구였는데. B에겐 A가 어떤 친구였을까?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면 그 아이와의 추억이 대부분인데. 추억이라도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어쩌면 마음을 나눈다 생각했지만 나누지 못했고 서로 충분한 소통이 되질 못한 탓일 테다. 이유도 모른 채 당한 헤어짐은 떠나지도 않은 채 가슴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살면서 이유도 모른 채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하나 둘 집착을 내려놓아야 하나보다. 


점수, 합격, 불합격 같은 생각에 매몰되어 남과 비교하며 자기 자신만을 보고 있거나, 과거에만 머무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있는 사람도 불편하다. 축하하는 자리에서 축하하지 못하고, 위로하는 자리에서 위로하지 못하고, 자기 일만 떠올리며 비교하는 사람을 보면 오죽하면 저럴까 싶으면서도 불편하다.      


시련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 시련으로 인해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시련 때문에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자기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을지라도 자신이 가까운 사람의 성공을 배 아파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바꾸길 바란다. 성공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길 원한다면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시험 결과 때문에 친구까지 놓치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시련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나고 나면 별일이 아닐 수 있다. 말보다는 표정과 행동으로 마음은 드러난다.  나 자신에게 떳떳하게 큰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숙제를 다 한 학생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