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eelike Dec 08. 2020

드라마<나의 아저씨>를 본다

나의 사적인 드라마 감상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저녁을 일찍 먹고, 씻고, 넷플릭스를 본다. 새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다. 4회까지 보았지만, 첫 회부터 배우 이지은의 매력에 빠졌다. 캐릭터 정보에 의하면 이지안(이지은)은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는 거친 여자’다. 이 드라마는 소개에 의하면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란다.


드라마 장면이다.

동네 술집이다. 박동훈(이선균)과 박기훈(송새벽)은 옆에 앉아 있다. 

(술을 마시며 동훈은 지안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회상하며 곱씹는다) ‘나만큼 지겨워 보이길래. 어떻게 하면 월 5, 6백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가 있을까.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동훈이 기훈에게 말한다.)
-동훈 : 누가 나를 알아. 나도 걔를 좀 알 거 같고
-기훈 : 좋아?
-동훈 : 슬퍼
-기훈 : 왜?
-동훈 : 나를 아는 게 슬퍼     


쓸쓸한 분위기 탓일까? 쓸쓸한 음악 탓일까? 그 장면을 보고 슬퍼졌다.      

동훈은 쓸쓸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다.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기만 할 뿐, 야망이나 욕심이 없어 보인다. 박동훈 캐릭터 정보에 의하면 ‘순리대로 인생을 살아가며, 절대로 모험을 하지 않는 안전제일 주의. 공부는 건축사보다 많이 해놓고, 그들의 그늘에 가려 사는 구조기술사를 선택한 것도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그게 마음 편하니까. 눈에 띄는 게 불편하다’라고 되어있다. 

그는 아들 삼 형제 중 둘째다. 어릴 때 가족관계 안에서 그늘에 가려 사는 게 편한 성격이 형성되었을 것이고,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반복하고 환경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이라 생각되었다.

  

그의 슬픔에 대해 생각했다. 그 슬픔은 그의 내면을 다른 사람에게 들켜서라기보다, 상처와 결핍으로 인해 생겼을 공허한 내면을 그가 다시 보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는 슬픔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자신의 욕망을 외면한 채 그가 살아온 대로 살면 차가운 현실로 내쳐져 온몸으로 버티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사는 것이 지금까지는 유용했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그런 방식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외면한 채 산다면 자신의 공허한 내면을 채울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런 사실을 막연히 알기에 슬픈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자신의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고 행동하는 이지은과 박동훈이 대비되게 느껴진다.      


그의 쓸쓸함을 바꾸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가고 무엇이 필요한지 깨달아야 한다 생각된다. 하지만 그가 쓸쓸하고 우울한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면 지금 그대로 살면 될 터이다. 그의 선택이다. 그가 풍겨내는 쓸쓸함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살 것인지, 자신의 결핍과 욕망이 무엇인지 알아내어 자신의 공허를 채우며 살아갈 것인지. 

이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작가의 이전글 수능 날이면 그 아이가 생각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