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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elike Dec 11. 2020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본다 - 2

나의 사적인 드라마 감상 

<나의 아저씨>는 16회 드라마다. 난 이제 7회를 보고 있다. 저녁에 시간을 쪼개 조금씩 보는 드라마가 맛있다. 드라마를 보면 살아가는 게 참으로 짠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슬프다. 드라마를 보면 이지안(이지은)뿐 아니라 살아가는 모두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무뚝뚝하고 다른 이들을 거부하는 듯한 이지안(이지은)의 행동 안에는 비에 젖은 어린 새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이가 있는 듯하다. 그녀의 거친 행동은 다시는 상처 받기 싫다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찬바람 불고, 무뚝뚝하지만 제 식구를 건사하는 애라는 것을 아는 박동훈(이선균)이 있기에 회사에서 잘리지도 않고 버틴다.      

중간중간 짠하면서도 웃긴다. 박동훈의 큰 형 박상훈(박호산)의 연기와 대사는 짠하면서도 웃긴다. 비단 그들뿐 아니라 술집 여자 정희(오나라), 연기를 잘하지 못해 구박을 받다가 망가져 끝내 연기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는 영화배우 권나라(최유라)까지, 캐릭터 하나하나가 애잔하다. 누군들 쉽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영화배우 권나라(최유라)의 넋두리다.

빨리 AI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연기도 AI가 제일 잘하고, 공부도 AI가 제일 잘하고.
변호사, 판사, 의사도 다 AI가 잘하고.
인간이 잘난 척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세상이 오면, 잘난 척할 필요도 없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인간은 그냥, 그냥 사랑만 하면 되고.
잘난 척하는 인간들로 바글대는 세상 너무 지겨워.
난 잘난 게 하나도 없어서 더 죽을 것 같아요.”

 오죽하면 이런 말을 할까. 연기를 못하는 영화배우는 갈 곳이 없고, 어디에도 마음 붙일 곳이 없다. 그런 영화배우 권나라가 자신에게 연기를 못한다고 구박한 박기훈이 쫄딱 망한 것에 기분 좋아하며 하는 행동은 참 눈치 없고 어이없다. 하지만 그녀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솔직한 말은 사랑스러웠다. “너무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그냥 너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냥 사랑만 하고 살아도 돼.  잘난 게 없어도 넌 사랑스러워.”라고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다.      


상대에게 진정 관심을 가지고 도움이 되기 위해 물어보고 가르쳐 주며 “그런 거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냐?”며 안타까워하는 동훈의 말을 지안은 어떤 마음으로 들었을까? 같은 말이라도 물어보는 태도에 따라 달리 들린다. 새삼 외롭다고 느꼈을지 모르겠다. 동훈의 마음이 따뜻하고 다른 이에 대한 배려가 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박동훈이 그냥 맡은 일만 열심히 하고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회사 내 권력다툼 소용돌이에 우연히 휩쓸리게 되면서, 아내 강윤희(이지아)의 행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준영(김영민)과 맞부딪혀야 한다. 그러면서 그도 점차, 그를 둘러싼 환경이 변함에 따라 변하겠지. 한 사람 안에도 다양한 색이 있다. 그의 성격도 흑백으로 딱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 없고 다양하다.      


성격뿐 아니라 사람의 행동은 그렇게 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것일 뿐 좋고 나쁨이 있을까. 각자의 선호가 있을 뿐이다. 어떻게 살든 자신의 선택이다. 네가 그런 것에는 이유가 있을 거니까. 

어느 인생이 더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린 각자 태어난 이유가 있을 테고,  태어났으니 그냥 나대로 열심히 살고 가면 되겠지. 

그들의 슬픔에서 내 슬픔을 본다. 지금을 살아가는 생명의 슬픔이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되면서도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하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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