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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elike Dec 16. 2020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본다-3

나의 사적인 드라마 감상. 드라마를 보며 치유한다. 

하루 일을 끝내고 저녁에 쉬면서 <나의 아저씨>를 보는 시간은 애잔하면서도 따뜻했다. 

마지막 장면이다. 

(동훈)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지안)네

그녀의 이름처럼 지안(至安)은 마침내 편안함에 이르렀다.      

첫 회부터 배우 이지은의 매력에 빠졌다. 그녀의 추워 보이게 드러난 발목, 낡은 신발, 낮은 목소리가 묘하게 끌렸다. 사람들의 무시에 익숙해져서 사람들의 기대도 인정받으려고도, 좋은 소리 들으려고 애쓰지도 않던 그녀가 마침내 바뀌었다. 이제 더 이상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지 않아도 된다. 같이 버텨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수없이 태어났을 테니까 3만 살이라고 말하는 여자는 없어진 듯하다. 이제 앙상한 발목은 따뜻하게 감싸 졌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뻔히 알기에 감정 표현도, 말도 참는 박동훈은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고,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겼지만, 자기 아내의 기대에는 부응하지는 못했다. 자기 아내를 다른 인격을 가진 한 사람으로 만나지 못하고, 자기 자신처럼, 자기와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가 자기 자신을 못 돌본 것처럼 그의 아내의 기대가 무엇인지, 무엇을 꿈꾸는 지도 알지 못했고,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돌보지 못했나 보다. 전적으로 그녀의 편이었던 적도 없었다. 그래서 그가 삶이 지겹고 외로웠던 것처럼 아내도 외로웠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해서는 안 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동훈의 말이다. 

거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들어줘서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나도 행복해야겠다. … 내가 행복하게 사는 거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서 못 살 거고.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  행복할 거야, 행복할 게.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을 위해, 구체적으로는 지안이 마음 아파할까 봐 행복해지겠다 다짐한다. 그렇게라도 행복해지면 되었다. 다행이다.     


좋은 대사가 많다. 

동훈이 친구인 겸덕 스님과 대화다. 

(겸덕) 이 세상에서 잘 살아봤자 박동훈 저놈이다. 더럽게 성실하게 사는데, 저놈이 이 세상에서 모범 답안일 텐데, 막판에 인생 더럽게 억울하겠다. 
(동훈) 그냥 나 하나 희생하면 인생 그런대로 흘러가겠다 싶었는데
(겸덕) 희생 같은 소리 하네. 네가 6.25 용사냐? 희생하게, 열심히 산 거 같은데 이뤄 놓은 건 없고 행복하지도 않고 희생했다 치고 싶겠지. 그렇게 포장하고 싶겠지. 지석이(동훈 아들)한테 말해 봐라. ‘널 위해서 희생했다고’ 욕 나오지. 기분 더럽지. 누가 희생을 원해. 어떤 자식이 어떤 부모가 아니, 누가 누구한테? 거지 같은 인생들의 자기 합리화. 
(동훈) 다들 그렇게 살아
(겸덕) 그럼 지석이도 그렇게 살라 그래. 그 소리엔 눈에 불나지? 지석이한텐 절대 강요하지 않을 인생 나한테는 왜 강요해? 너부터 행복해라. 제발. 희생이란 단어는 집어치우고. 상훈이하고 기훈이 별 사고를 다 쳐도 어머니 두 사람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건 못 봤다. ‘그놈의 새끼들’ 어쩌고 저쩌고 매일 욕하셔도 마음 아파하시는 건 못 봤어. 별 탈 없이 잘살고 있는 너 때문에 매일 마음 졸이시지. 상훈이 형이나 기훈이는 뭐 어떻게 망가져도 눈치 없이 뻔뻔하게 잘 살 거 아시니까. 뻔뻔하게 너만 생각해. 그래도 돼. 행복하자 친구야. 아무것도 아니다. 아니야. 

동훈이 지안에게 했던 말.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사람은 각자 다 힘이 있고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치유한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 같다. 그들이 같이 살아가며 성장해나간다.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드라마에서 나오는 노래가 입안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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