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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elike Dec 23. 2020

사랑으로 치유하고 성장하고

<나의 아저씨>를 끝까지 보고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하루 일을 끝내고 저녁을 일찍 먹고 쉬면서 넷플릭스를 본다. 새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다. 저녁에 시간을 쪼개 조금씩 보는 드라마가 맛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 살아가는 게 참으로 짠하게 느껴진다. 그 시간은 애잔하면서도 따뜻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살고, 치유하며, 성장하고 변한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첫 회부터 이지안(이지은)의 매력에 빠졌다. 추위에 무방비로 드러난 그녀의 발목과 낡은 신발이 그녀가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녀의 낮고 퉁명스러운 말은 사람들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는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미래’나 ‘희망’과 같은 단어는 그녀의 인생에서 생각할 수 없는 단어였다. 그녀가 당면한 삶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목도 신경 쓸 여유가 없을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살아내기 위해 순간순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버티는 모습은 드라마로 보기에도 힘들었다. 무뚝뚝하고, 다른 이들을 거부하는 듯한 이지안의 행동은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겠다는 다짐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녀의 행동은 찬바람이 불고 거칠지만, 그게 그녀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 박동훈(이선균)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 이지안뿐 아니라 살아가는 모두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우리가 모두 한계를 지니고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기에 모두가 짠하다. 그런 짠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연민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위로를 받는다. 덜 떨어진 듯 보이는 큰 형 박상훈(박호산)의 연기와 대사는 짠하면서도 웃긴다. 비단 그들뿐 아니라 술집 여자 정희(오나라), 연기를 잘하지 못해 구박을 받다가 망가졌지만, 결국 극복하게 되는 영화배우 최유라(권나라)까지 캐릭터 하나하나가 애잔하다. 박기훈(송새벽)이 감독이었을 때 영화배우 최유라를 구박하고 주눅 들게 만든 이유에 대한 박기훈의 고백은 최유라를 치유했다. 자신만 알고 있던 마음속 깊고 깊은 곳에 있는 마음에 대한 고백은 최유라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터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그녀를 치유했다.       


본인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겸덕 스님(박해준)의 말처럼 겸덕은 자신의 행복을 먼저 찾았다. 정희가 겸덕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주 크다고 해서, 그래서 그녀의 인생을 거는 선택을 할지라도, 그 선택의 책임은 선택한 본인이 져야 한다는 엄중한 사실을 알아야 했다. 각자 자신의 선택이고, 자신의 인생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통찰을 얻고 치유되는 것을 보면서, 그 장면을 보는 사람도 같이 치유한다. 이지안이 이광일(장기용)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듣고도 “나라도 그랬겠다”라고 말한 박동훈. 사람을 죽였다는데도 자신을 온전히 수용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지안은 길거리에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그 장면은 ‘박동훈같이 온전히 내 편을 들어주는 그런 사람이 있는가?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스스로 묻게 한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데 다른 사람과 비교한들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한 선택을 직면하고 책임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 드라마를 보면 생로병사를 겪으며 유한한 자원을 가지고 지금을 살아가는 생명의 슬픔이 보인다. 생명의 슬픔은 우리 모두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슬픔이다. 그들의 슬픔에서 내 슬픔을 본다. 톨스토이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소설에서 말했듯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마음속에 있는 사랑의 힘이 살아갈 힘이 되고,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드라마에서 나오는 노래가 입안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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