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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elike Nov 26. 2020

가다 보면 길이 생기겠지

관찰하고, 함께 있고

새해엔 새로운 다짐을 한다. 다짐이 반복되면 지키기 어려운 다짐은 모두 빼고 나와 타협하기도 했다. 새해 첫날도 지난해인 어제의 연속일 뿐이다. 그래도 다시 다짐한다. 

인생의 오전을 정리하고 오후를 시작한다고 야심 차게 생각했지만, 주변에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갑자기 나이가 든 것은 아니기에 어제의 계속이다. 내가 사는 모습은 사는 곳이 바뀐다고 해도 살아온 패턴을 바꾸기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르게 살려면 내 생각과 행동을 다르게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다른 게 있을까? 있다면 알고 싶다. 습관의 힘은 아주 셀 터인데 내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 하면 다른 습관이 생길지도 모른다.     

둘째까지 대학을 가고 난 이후 시간이 많아졌다. 둘째가 고등학생 때부터 심리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그 공부에 재미를 느껴 공부하고 나 자신을 성찰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점점 늘어나 그 속에서 계속 원을 그리며 맴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은 너무 즐겁지만, 그 시간을 좀 줄여보려고 한다. 나를 보던 시선에서 빠져나와 다른 것을 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줄이고, 생각의 방향을 밖으로 돌려 자연을, 세상의 질서를 잘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산책길에서 나무들을 관찰했다. 나무들은 각자 자기의 모습으로 있었다. 초겨울이라 떨어진 나뭇잎 때문에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들을 보니 나무들도 뻗은 가지가 다 달랐다. 위로 쭉 뻗은 가지, 옆으로 뻗친 가지를 가진 나무, 축 처진 가지를 가져 으스스한 기운을 풍기는 나무. 내가 나무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무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각자 생긴 모습대로 그냥 있을 뿐. 

아파트 마당에 있는 감나무는 무수히 스쳐 지나갔겠지만 있는지도 몰랐다. 그 나무에 감이 몇 개 매달려 있다.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나무를 보며 나무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있는 자리에 내 마음도 같이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 구체적인 다짐이나 계획은 없다. 느슨한 새해 

다짐처럼 나와 타협한다. 하지만 가다 보면 길이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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