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부모님을 보는 마음이 아프다. 늙어서 아픈 부모님을 보는 마음은 더하다. 오늘 80대 부모님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젊었을 때 부모님은 의지할만한 큰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라고 한다. 몸의 힘듦을 불평할 뿐 아니라, 살아오면서 쌓인 분노, 실망 같은 힘든 마음까지 자식에게 거르지 않고 있는 속내를 다 이야기하니 그 우울한 이야기 때문에 너무 힘들고 우울하여 그래서 몸까지 아프다는 것이었다. 부모님 때문에 자신도 정서적으로 소진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까지 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생각보다 일찍 돌아가실까 염려된다고 한다. 그런 마음이 그 이야기를 듣는 나에게까지 전달되어 내 마음까지 덩달아 무거워졌다.
‘상대방의 불행에 공감하되, 다른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이 자신에게 달려 있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평정심이다. 영혼의 소진 없이 타인을 지혜롭게 돌보려면 연민과 평정심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돌봄은 단순히 타인에 대한 돌봄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돌봄까지 포함한다. 나도 나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살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중에서
이미 나이가 많으신 부모님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늙으신 부모님의 몸을 젊음으로 바꿀 수는 더더욱 없을 터. 그렇다면 부모님의 말이 나의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덜 끼칠 수 있도록 가볍게 듣는 마음의 기술이 필요한 것 같다. 부모님 생각하느라 자신의 현존까지 놓치지는 말아야겠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모든 것은 변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