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eelike Jan 09. 2022

밀라논나, 그녀가 좋아졌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읽고

“엄마 이런 할머니가 있어. 멋있으니 한번 봐~”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언제인지 모르겠다. 딸아이가 보여준 유튜브에 흰머리의 언니 같은 할머니가 있다. 처음엔 ‘그래, 어떻게 하는지 보자’ 하며 살펴보는 마음으로 한 편을 보다 말았다. 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다른 일도 바쁘니 그랬다. 그러다가 작년 책을 썼다고 하길래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집에 책이 너무 많아 집에 있는 책도 정리해야 할 터라 책을 사고 싶진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하니 너무 인기가 많아서인지 빌려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약을 걸어놓고 잊었다. 잊고 있었는데 올해 초 예약한 도서가 도착했으니 기간 내 수령 부탁드린다고 도서관에서 문자가 와서 빌려왔다.


책은 4개의 이야기로 나뉘어 있다. 자존 : 하나뿐인 나에게 예의를 갖출 것, 충실 : 24시간을 알뜰히 살아볼 것, 품위 : 조금씩 비울수록 편안해지는 것, 책임 : 이해하고 안아주는 사람이 되어볼 것. '자존, 충실, 품위, 책임' 4개의 이야기 주제 안에 작은 주제로 여러 글이 있다. 책은 문장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행을 바꿔 시집처럼 여백이 많다.  후루룩 넘기면 금방 다 읽을 수 있다. 

글을 읽으며 여러 종류의 글쓰기가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 쓰는 글, 학자가 쓰는 글, 칼럼, 편지 글, 블로그에 쓰는 글 등.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문학적인 책이어야 책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책이 꼭 문학적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꾸미고 가꾼 글에서 느끼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투박한 글에서도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그녀의 글은 그녀를 보여준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려나가는 그녀가 당당하고 아름답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고 사는 삶을 보여준다. 소소하게 자신만의 기쁨을 찾는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부분도 많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라서 몇 시간 안에 사람을 안다고 하면 어불성설일 것이지만 책을 읽으니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 알 거 같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사람 같다. 자신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고 솔직하게 살아가는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선호가 다를 순 있지만 책을 읽고 보니 그녀가 더 좋아진다. 닮고 싶은 멋진 분을 만나 기분이 좋았다. 70대의 나이에 매일이 설레는 그녀. ‘살아있는 한 움직이는 한 누구나 다 현역이고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그녀. 그녀를 닮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그때그때 가볍게 툭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