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우리는' 드라마를 보며
‘그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를 본다.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를 보며 젊음이 참 풋풋하고 아름답다 생각했다. 드라마를 보다가 김지웅(김성철) 생일에 김지웅 엄마가 복숭아를 깎아 놓은 것을 보고 김지웅이 한숨과 헛웃음을 짓는 장면을 보았다. ‘왜 저렇게까지 행동하지?’ 궁금했다.
나중에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연수에게 하는 말을 듣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김지웅 : 연수야 나 오늘 생일이다
국연수 : 그래? 축하해. 미리 말하지. 그럼 밥이라도 사줬을 텐데
김지웅 : 엄마가 와서 밥 차려 놓으셨더라. 근데 우리 엄마는 아직도 내가 복숭아 못 먹는 거 모르나 봐. 내가 엄마 앞에서 복숭아 먹고 죽다 살아났었는데 그래도 우리 엄만 모르나 봐.
국연수 : 너 괜찮아?
김지웅 : 아니면 알고 싶지도 않은 건가?
사랑한다면, 좋아한다면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아마 연인관계에서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행동한다면 그 관계를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부모 자식 관계에서는 어떨까? 부모 자식 관계가 저렇게까지 된 데는 얼마나 오랫동안 불통이었을까? 상황을 설명해주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지켜봐 주길 기대하고, 그리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그런 과정을 아주 오랜 기간 거쳤을지도 모르겠다. 부모가 어른이기에,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잘 관찰해 서로가 원하는 것을 잘 조율해갔다면 조금은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김지웅의 엄마는 자식을 사랑하기에 생일에 와서 밥도 차리고 과일도 깎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관찰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자기 마음에만 충실히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의 탈을 쓴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의 없는 사랑은 폭력적이다. 그러면서 어쩌면 김지웅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이유를 다른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녀가 아들 지웅이와의 관계를 잘하고 싶다면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문제를 풀려면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문제를 읽지 않고 자신이 쓰고 싶은 답을 계속 쓰면서 왜 문제가 풀리지 않는 걸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