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없는 날이었다. 약속도 없고,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었다. 예전엔 그런 하루를 괜히 허전해했는데, 요즘은 그 사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에도 나눌만한 온도는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침대 위 이불을 정리하고, 창밖의 풍경을 보고, 창문을 열었을 때 들어온 공기를 느낀다. 커피를 내리며 잠시 멈춘 손. 신문을 넘기는 소리,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의 짧은 인사 같은 것들, 그건 기록하지 않으면 금세 사라지지만, 한번 마음에 담아두면 하루가 조금 단정해진다.
그래서 나는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오늘을 나누기로 했다. 아침이 있었고, 몸을 움직였고, 저녁이 왔다면, 그런 하루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냥 내가 살아낸 하루다. 그저 오늘이 오늘로 지나갔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오늘, 글을 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