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기대가 따라기 때문이다. 외로움이라 부르면 쓸쓸해져야 할 것 같고, 휴식이라 부르면 편안해야 할 것 같다. 충전이라 부르면 무엇인가 채워져야만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그 시간은 본래의 얼굴을 잃는다. 가만히 앉아 창밖을 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순간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시간”으로 평가받는다. 이름은 설명이지만 동시에 명령이 된다.
같은 장소, 같은 의자에 앉아 있어도 마음은 매번 다르다. 그래서 나는 그 사간을 하나의 범주로 묶지 않으려 한다. 오늘의 고요가 어제의 고요와 같을 필요는 없고, 내일의 평화가 오늘의 평화를 반복할 이유도 없다.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평가가 줄어들고 관찰을 하게 된다. 이 시간이 생산적인지, 쓸모 있는지 묻지 않는다. 대신 현재 상태를 확인한다. 몸의 리듬, 생각의 속도, 시선이 머무는 방향 같은 것들이다. 그저 숨이 어떻게 들고 나는지, 생각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사라지는지 지켜본다. 모든 시간이 목적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못했다, 잘했다 평가하는 대신 그냥 오늘을 보낸다.
세상은 늘 설명을 요구한다. 왜 혼자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언제 끝날 것인지. 그 질문들 앞에서 종종 서둘러 이름을 꺼낸다. 하지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마음이 제 속도로 움직이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속도를 기준으로 삼고 싶다.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하다 보면 하고 있던 일보다,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지금 필요한 속도는 어떤 것인지. 기준을 나의 안쪽으로 옮겨온다. 오늘의 컨디션, 오늘의 집중력, 오늘의 체력 같은 것들. 남들에 비해 뒤처졌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비교를 멈추고, 어디서 멈추었는지를 떠올린다.
그래서 오늘도 혼자 있는 시간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그 시간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이름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 덜 급해지고, 조금 더 나 자신에 가까워진다.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