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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묵 Oct 12. 2024

사랑은 모래였다네

내게 사랑은 모래였다네

만질수록 마디를 타고 흐르며 아래로 아래로 흘렀네

고운 모래는 이따금 손에서 날 비췄네

잘은 것들이 반짝일 때면 흐린 날에도 반짝이던 날 떠오르게 했네

것들이 모여 내 손마디를 둥글게 보듬었네


궂은 어떤 날에는  마디도 못 스칠까 바람에 비에 그리고 뾰족한 것들에 등졌다네

곱다 여긴 것들은 늘 쉽게 또 많이 흩날렸다네

그래도 것들을 날리며 흘린 눈물로 궂은 날 파내었네

팬 주름이 마디 위 켜켜이 쌓이며 궂은 날 보듬었네


그러다 허리춤이 간지러운 보통 날에 알았다네

그렇게 외면했던 모래들이 위로 위로 그리고 더 위로 흘렀다네

그토록 잘디 잘은 것들이 모여 비에도 바람에도 궂은날에도 날 붙잡았다네

그래서 허리를 손마디를 간지럽히는 것들에 그냥 크게 웃어버렸네

그제야 나는 모래 한 덩이에 날 내맡기고 살 수 있단 걸 알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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