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묵 Mar 21. 2023

사랑하는 나의 아들

키케로 의무론을 읽고

사랑하는 나의 아들


우리 세대와 너의 세대는 또 다르다지만 이 청춘들의 앓는 소리가 흔해져 버린 것 같아 더 마음이 쓰인다.

노력을 해도 평범해지기가 어려우니 그나마의 노력도 평범해지는 게 가엾다.

세태가 어지럽다고 덩달아 어지러워지면 안 된다.

우직하게 앞으로 나서는 자신감과 결단을 가지고 나아가라

그리고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겸손하고 인정을 베풀어라

내가 힘들 때 이웃이 고마움을 잃지 않고 되돌려 줄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지 말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해라.

그건 다른 사람에게도 더 좋은 영향력을 줘서 너에게도 좋은 영향으로 되돌아온다.


성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흔한 말처럼 성공이 행복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다만, 이것이 성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에는 확실한 우울과 나태만이 남을 뿐이다.

실패하지 않는 것을 무서워해라.

실패를 하고서도 바뀌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라.


언제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잘 대접해라.

모든 조언을 따를 수는 없으나

네 생각의 유연성을 길러주어 주변 사람들에 그와 같은 좋은 생각을 되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집어넣으려는 사람을 주의하고 멀리해라.

그 사람은 너를 낮추고 자신을 높임으로써 너를 하수인처럼 여기며 자존감을 채우려는 것뿐이다.


사람은 존재만으로 존중받고 사랑받을 만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자 나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다.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에게 더 낮추고 존중을 표해라.

그러면 마땅히 나를 가장 귀하게 여겨 더욱 높여줄 것이다.


감정을 표할 때 신중해야 한다.

성급한 감정의 표현은 정신적 미숙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모든 감정을 담아두기만 해서는 안된다.

나를 존중해 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은 빠를수록 좋다.

따뜻한 표정과 말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가장 쉽게 선한 영향력을 가지는 방법이다.


나 스스로 중요히 여기는 가치를 지키는 것을 두려워마라.

내 삶의 조각들을 타인의 것으로 손쉽게 채우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삶은 후회와 실망으로 점철된다.


앞서 말한 존중과 가치를 주장하고 경험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대립과 화합을 겪게 된다.

그로 인한 사색과 반성은 언제나 옳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행동으로 표출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시간이 흘러서 외형이 변하는 문명과 기술이 있고 그 모습을 감춘 채 모습이 변해가는 가치들이 있다.

두 눈은 변하는 것을 바라보되 변하지 않는 가치는 마음으로 되새겨야 한다.

많은 것을 보고 담기보다는 보고 담은 것을 어떻게 소중히 여길지를 먼저 고민했으면 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나의 말과 글이

마음속에 지혜의 별로 항상 함께하길 바란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이 책을 늘 끼고 살았다. 특히 군대에서 계속 읽으며 위안을 삼았던 책이기도 하다. 21살, 허우대만 멀쩡하던 내가 군대라는 아픔을 삶으로 바꾸는 과정을 도왔다. 도왔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싶다. 군대에서 쓰고 비릿하게 느껴지는 삶을 이어갈 이유가 필요했다. 그래서 흐리멍덩한 눈을 부여잡고, 피곤한 뇌를 억지로 깨워가며 읽었다. 그렇게 스스로 생의 이유를 붙이기 위해 읽은 책이라 더 애착이 간다.


 그래서 수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적은 이 글은 책 내용 이라기 보단 당시의 내가 어른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처럼 느껴진다. 데코룸, 호네스툼처럼 도덕적 선에 대한 논의도 다 빼먹고 적은 걸 보면 더 그런 것 같다. 타인에 의해 손쉽게 구원받길 거부하며 나만의 철학을 찾아 나설 때, 지금 떠오르던 글귀들이 디딤돌이 되었다. 시간이 제법 지난 후 다시 이 책을 읽으면 어떨지 새삼 궁금하기도 하다. 분명 책을 떠올리며 글을 썼는데 추억이 더 떠오르는 하루다.

작가의 이전글 무엇을 던져야 청춘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