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더운 여름, 길을 나서다 무더위에 헥- 헥- 대는 큰 강아지의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 얼핏 들리는 소리임에도 지친 기색이 또렷했다. 그때서야 뙤약볕을 이기려는 나도 지친 숨소리를 크게 내었다. 누가 그랬던가. 상처는 그저 세월이 지나면 무뎌진다고. 아물지 않은 상처는 뜨거운 열기를 마구 뿜어 내고야 마는 걸 텐데 말이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그늘을 찾아 앉은 뒤, 열기를 차마 삭이지 못한 채로 세월, 상처를 헥헥대며 큰 소리로 내뱉었다. 그렇게, 우리의 여름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