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통쟁이 김우찬 Dec 13. 2023

올리브영에 대한 공정위 판결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음을 이해하자.

유통업에 종사하면서 가장 피하고 싶은 대상은 공정거래 위원회(이하 공정위)이다.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대규모유통업법에 해당되는 유통사에게는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이다. 소매업 매출액 기준 1천억이거나 매장면적이 3천 제곱미터가 넘는 유통사의 경우, 공정거래법을 위배시 적게는 수억원에서 수십 수백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납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두려움의 대상인 공정위에서 최근 흥미로운 판결이 내려졌다. 국내 헬스앤뷰티(H&B)시장의 돋보적인 존재인 <올리브영>에 대한 판결 내용이다. 


1. 올리브영은 시장 지배적 대상이 아니다.


우선 올리브영은 국내 H&B매장에서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배타적 브랜드(EB) 정책을 펼친 것으로 적발이 되었다. 즉 경쟁사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입점업체(협력사)에 광고비 인하 등의 혜택을 제공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자율적인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적발된 문제와 같이 시장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처사로 판단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최대 매출액의 6%(올리브영 22년도 매출 감안시, 1680억원 가량)를 과징금으로 내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판단하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올리브영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올리브영은 온라인 비중이 높다.(작년 기준 전체 매출의 25%가 온라인 비중)

둘째, 그렇기에 오프라인 시장 규모(H&B 시장 점유율)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셋째, 온오프라인을 합친 전체 뷰티시장에서 볼때 올리브영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


위의 논리를 바탕으로 EB정책에 대해서 유보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올리브영 입장에서는 1년 당기 순이익의 약 80%를 순식간에 과징금으로 납부할 수도 있는 위기를 넘겼다.


2. 소비시장은 온오프라인 통합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공정위에서의 이번 판결이 흥미로운 점은 지금의 소비시장을 이분법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별개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몇년 전만해도 공정위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 역시도 소비 활동에 있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별개로 생각을 했다. 비록 '쇼루밍족'이나 '역쇼루밍족'과 같이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의 소비 연결고리는 있었으나, 두 개의 채널을 별개로 놓고 인식을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소비 시장의 입장은 크게 변하였다.


소비시장의 절반은 온라인이다.


팬데믹 시점 국내 온라인의 소비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했다. 비록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성장세가 주춤하고는 있으나, 현재 40%대의 점유율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채널인 <아마존>이 있는 미국의 경우 온라인 시장 점유율일 20%내외를 보이고 있는 점을 볼 때 국내 온라인 시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리고 이러한 국내 온라인 시장의 점유율은 이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구태여 구분짓지 않게 되었다. 쇼핑 경험 상에서 볼 때 어느 채널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일 뿐이지 어느 한개의 채널로 소비 패턴을 단정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의 경계가 없어지다.


이러한 소비 패턴 및 의식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의 방향 전환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의 절대 강자도 온라인의 절대 강자도 있을 수 없다. 


올리브영은 물론 대형 백화점과 같은 기존의 오프라인 강자들은 온라인 시장에 수조 원을 들여서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시장 확대를 위해서 별도 법인 설립 운영은 물론 단기간 점유율 확대를 위한 온라인 업체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온라인 강자들은 반대로 오프라인 시장을 넘보고 있다. 내년까지 30호점을 내겠다고 선언한 무신사는 물론 컬리 역시도 오프라인 경험에 적극적이다.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 기업이 180도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조직 문화도 변해야 하며, 운영할 수 있는 인원 및 부가적인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라도 확장의 움직임은 계속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구분짓는 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소비시장이고 그곳에 고객이 있어서이다. 살아남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방안이다. 공정위 역시도 이러한 관점에서 흥미로운 판결을 내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콜라보로 新가치를 만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