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파페치 인수에 대한 생각
<파페치>는 명품 패션계의 '아마존'이라고 불릴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 글로벌 명품패션 플랫폼이다. 50개국의 1300여개의 명품 브랜드와 부티크가 입점해 있다.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기 전인 10여년 전부터 유럽의 명품 부티크를 공격적으로 입점을 시키면서 규모를 키워 나갔다. 그 결과 콧대 높은 LVMH계열의 브랜드도 연이어 입점을 하면서 현재는 190여 개국에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한 명품 플랫폼이 최근 실적이 악화되자,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쿠팡>이 5억 달러(한화 6500억원)를 투입하면서 <파페치>를 인수하였다. 이제는 국내 온라인 쇼핑의 대명사가 된 <쿠팡>에서 글로벌 명품 플랫폼을 품은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첫째는 지금까지 아마존의 성장 모델을 답습하던 쿠팡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 둘째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품은 체 어떤 행보를 보일지이다.
지금의 <쿠팡>이 국내 시장을 석권하는 강자로 올라서기 위해, 글로벌 쇼핑 플랫폼인 <아마존>의 발전 단계를 밟아 왔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약 39%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의 영향력과 매출을 견인하는 데에는 전세계적으로 확보된 2억 명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있기 때문이다. 유료회원에게 제공되는 가격 혜택, 신속배송은 물론 OTT서비스는 그들을 아마존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아마존>의 성공 방정식을 <쿠팡>은 착실히 따라왔다. 국내 기준 온라인 시장 점유율 38%를 보이고 있으며, '쿠팡와우'라는 유료회원은 올해 1분기 기준 1100만명을 넘어섰다. 와우 회원가와 무료배송 혜택은 물론 OTT서비스의 컨텐츠는 이름만 다를 뿐 아마존의 서비스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이러한 따라하기는 지금의 쿠팡을 흑자 기업으로 돌려놓는 데에 일조를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파페치> 인수를 바탕으로 볼때, <쿠팡>은 <아마존>을 베끼기보다는 학습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존 역시도 명품을 포함한 패션 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작년에는 '아마존 스타일'이라는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대 전개할 정도이다. 하지만 아마존에게 있어서 명품 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명품 제품이 입점되점 시점에 제품 관리를 방관하면서 순식간에 망가져 버렸다. 중국산 속칭 '짝퉁' 브랜드 제품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면서 명품 제품에 대한 신뢰 관계가 무너져 버려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이러한 <아마존>의 실패 경험을 충분히 감안했을 것이다. 또한 명품 플랫폼의 한계점인 제품 관리 및 신뢰 관계의 중요성을 염두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파페치>인수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파페치>는 직접 연결된 명품 부띠끄 매장은 물론 명품 브랜드에서 직접 입점 운영을 하기에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이 부분만을 놓고 보다라도 <쿠팡>은 이제 <아마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청출어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UC버클리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데이비드 J.티스'는 동적역량 모델(Dynamic Capabilities)을 제시했다. 동적역량이란 기업 환경 변화에 맞춰서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변신시켜 나감으로서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동적 역량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감지(Sense)하라. 환경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야 한다.
둘째, 포착(Seize)하라. 변화에 따른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자신의 강점을 재조합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변혁(Transform)하라. 강점을 새롭게 조합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쿠팡>의 <파페치>인수는 이러한 동적역량 모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쿠팡에서 구매하는 제품은 대부분 식품이나 생필품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에 패션 제품은 2%내외로 매우 미비하다. 그리고 쿠팡은 미국 시장에 상장은 했으나, 사업은 국내 시장에 국한되어 있다. 이러한 취약점은 역으로 생각하면 앞으로 뻗어나가야 할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즉 패션의 비중이 낮다는 점은 앞으로 치고 나갈 시장이 있다는 것이고, 국내 시장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은 국내 성공 경험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 상대해 볼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sense)했다.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 속에서 쿠팡은 시장의 변화와 자사의 강점에 집중했다. 작년도 기준 국내 명품 시장은 21조원을 넘어섰다. 더군다나 국민 1인당 명품 구매액은 325달러로 미국 280달러는 물론 명품 소비의 신흥 강자인 중국의 55달러를 한참 넘어섰다. 이러한 막대한 명품 시장을 쿠팡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명품 온라인 플랫폼의 물류적 한계로 비롯되는 배송기간 이슈는 쿠팡에게 있어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쿠팡하면 막대한 물류체인망을 바탕으로 한 '로켓배송'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주요한 변화와 강점을 포착(seize)했다.
결국 쿠팡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세계적 명품 플랫폼을 품에 안았다. 쿠팡은 이를 통하여 두 가지 정도의 방향으로 변혁(transform)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식품/생필품에 국한된 제품 카테고리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특히 高단가의 제품 판매를 통한 매출 규모 확대는 물론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있다. 특히 제품에 대한 신뢰와 신속한 배송이라는 강점을 결합하여 새로운 서비스 도입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둘째,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은 물론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할 수 있다. 더군다나 파페치라는 명품 브랜드를 통하여 '럭셔리 브래드'로 브랜딩하면서 접근할 여지도 충분하다.
쿠팡의 파페치 인수는 큰 기대와 함께 우려가 되는 바도 있다.
우선 쿠팡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을까이다. 파페치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명품 시장의 축소로 큰 위기를 맞으며 기업 가치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쿠팡은 평가된 기업가치의 2배로 인수를 강행했다. 비록 명품 브랜드를 통한 새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으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경우 흑자로 전환한 쿠팡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국내 브랜드인 쿠팡과 외국계 계열이자 명품 브랜드인 파페치의 융합이 매끄러울지 여부이다. 주요 전개되던 시장은 물론 제품 라인도 다른 상황이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기업 문화 역시도 상이하다. 그렇기에 한동안은 별도로 운영을 하면서 서로의 강점을 융합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팡의 인수 전략은 큰 도전이고 모험이지만 기대가 되는 바가 크다. 국내 유통 시장은 물론 글로벌 유통 시장에서의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