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한국개발원에서는 내년도의 국내 경제성장률을 2.2%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경제성장율 예상치(2.2%)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행히 물가는 2.0%초반대로 예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3~5%대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예상치이다.
이처럼 우리의 경제 사정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래이션에 놓여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소비 심리는 위축되어 지갑이 쉽사리 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YOLO(You Only Live Once)가 아니라 YONO(You Only Need One)의 생활'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자신의 소득보다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당장 필요한 것에만 소비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소비의 확산을 통한 이윤으로 영위해 가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무엇을 바라봐야 할까?그것은 바로 YONO족도 '필요한 것'은 산다는 점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급자족을 하지 않는 이상 제한된 수입내에서 소비는 할 수밖에 없다. 이때 기업은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소비의 본질이다. 각자가 보유한 돈과 필요로 인하여 판매자의 물건을 구매하면서 교환이 발생한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불안한 미래로 인하여 교환되는 돈의 액수 및 빈도가 줄어들었다. 그렇기에 기업은 이럴 때일수록 본질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기업이 추구하던 본질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그 의미속에 기업이 지금까지 버텨온 원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 기업인 '무인양품'은 자신들의 본질을 잃고 큰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그때 아트 디렉터인 하라켄야가 찾은 답은 '이것으로 충분하다'였다. 무지다움을 찾기 위해서 '본질에 집중'해서 이를 제품에 담아냈다. 그 결과 무인양품은 재도약을 할 수 있었다.
본질적 의미에서 방향을 찾았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대포로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서 나아가야 한다. 농구 용어중에 '피벗(Pivot)'이라는 기술이 있다. 볼을 갖고 골대를 향해서 나아가는 것은 동일하나, 상대팀이라는 장애물을 뚫기 위해서 한 발을 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이다.
지금과 같이 짙은 안개속의 불명확한 시장 상황일 수록 본질적 의미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안갯속에서의 헤드라이트를 켠 것처럼 조금씩이나마 나아갈 수 있다.지금의 불경기 속에서도 본질적 의미를 지키며 새로운 시장을 모색해 나가는 사례가 있다.
화장품 맛집 「다이소」
다이소는 말그대로 국민가게이다. 1000원짜리 제품으로 매출이 얼마나 나오겠냐고 불리던 다이소의 작년도 매출은 3조원을 넘어섰다. 전연령층이 애용하는 곳이지만 '십대들의 놀이터'로 불린다.
10대들이 좋아할 만한 학용품부터 아기자기한 제품들이 있지만 10대는 물론 젋은 여성 고객을 불러들이는 데에는 화장품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이소는 '화장품 맛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새로운 화장품 아이템이 출시만 되면 완판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VT리들샷은 23년 10월 출시되자마자 2주 만에 완판되서 추가 주문 요청이 쇄도했다. 또한 TAG 듀얼멀티 쉐딩은 다이소에서의 큰 인기 덕분에 에이블리몰에서의 전용 화장품 확대로 이어졌다.
다이소는 어떻게 화장품 맛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바로 값싼 제품 덕분이다.
명품 화장품 샤넬에서 판매하는 립앤치크 제품(63,000원)이 다이소에서는 3,000원이다. 유사한 성능의 제품이자만 샤넬 가격의 10%도 안된다.
하지만 소비자는 단순히 값이 싸기 때문에 구매하지 않는다. 메조미디어의 설문조사 결과(복수 응답)를 보면, 다이소 화장품에 대한 만족도는 72%이다. 값도 싸지만 '이만하면 됐네'라는 가성비를 만족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가격대비 성능이 좋아서(69%)/가격이 저렴해서(48%)/품질이 뒤떨어지지 않아서(32%)를 나타냈다.
다이소는 비록 천원짜리의 제품을 팔더라도 '놀라움과 감동'을 전달하는 게 핵심사명이다. 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가격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화장품 라인으로 확대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중저가 혹은 로드샵 브랜드인 손액박이나 투쿨포스쿨의 서브브랜드 라인을 도입하면서 시장을 만들어 갔고 소비자들은 이에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뷔페메뉴를 품은 킴스클럽
올해 유통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가 있다. 올해 초 출시 5개월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이랜드 킴스클럽 델리 코너의 메뉴인 '델리 바이 애슐리'이다.
델리 바이 애슐리는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애슐리 퀸즈'라는 뷔페 매장의 메뉴를 손쉽게 가정에서 만날 수 있게 하였다. 뷔페 매장의 150여개 메뉴를 바탕으로 전개한다. 메뉴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한식/중식/양식 등 다채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인기의 비결은 모든 메뉴가 3,990원으로 균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후 늦게 매장에 가면 많은 메뉴가 모두 팔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인기 속에 NC강서점에서 시작한 델리바이 애슐리 코너는 빠르게 여러지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델리바이 애슐리의 성공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뷔페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집에서 즐길 수 있다.
둘째,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간단히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
결국 킴스클럽은 합리적 가격을 추구하는 본질적 의미에 소비자들이 반응할 수 있는 새로운 메뉴를 더함으로서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다.
배우 황정민은 영화 <너는 내운명>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때 수상 소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본인은 스탭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라고 하였다.
지금의 어두운 터널과 같은 경기 불황은 언제 끝이 나올지 알수 없다. 들려오는 소식은 적신호들 뿐이다. 하지만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떠한 밥상에 누가 숟가락을 얹느냐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인정받고 쌓아온 본질적 의미를 되새기면 시장 상황을 감안한 새로운 가치를 더해야 한다. 거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