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시장에 진심인 온라인 플랫폼
통계청에 따르면 23년도 국내 화장품 소매 시장 규모는 35조원에 달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세계 10위 안팎으로서, 절대적 시장 크기 뿐만 아니라 인구수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규모이다. 이만큼 막대한 시장이기에 국내의 대표적인 플랫폼의 뷰티 시장 공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23년 국내 뷰티 & 퍼스널케어 시장의 온라인 구매액 비중은 58.6%를 보일 정도로 온라인으로의 이동은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플랫폼의 뷰티 시장 움직임
1) 럭셔리 뷰티로 고가 시장을 노리는 「쿠팡」
쿠팡은 최근 럭셔리 뷰티 버티컬 서비스인 'R.LUX(알럭스)'를 론칭했다. R.LUX는 쿠팡하면 떠오르는 '로켓(Rocket)배송'과 '럭셔리(Luxury)'의 합성어이다. 그 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럭셔리 화장품을 직매입해서 고객에게 신속 배송하는 차별화 요소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개하는 브랜드는 주로 백화점에서만 취급해오던 설화수, 에스티로더, 비오템 등 적극적으로 브랜드 유치를 하고 있다. 쿠팡의 럭셔리 뷰티 시장 공략은 작년 세계 1위 명품 플랫폼인 '파페치'를 인수한 전략과 흐름을 같이 한다. 로켓 배송이 가능한 물류 시스템에 럭셔리 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행보는 온라인에서만 멈추지 않고 있다. 쿠팡은 매년 3회씩 오프라인 뷰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700평 규모의 오프라인 행사(메가뷰티쇼)를 진행하면서 예약이 조기 매진 사태를 빚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쿠팡은 뷰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온라인 별도 앱을 런칭하는 것은 물론 오프라인 경험 확대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2) 뷰티 아이템으로 3040 고객을 Lock-In하는 「컬리」
국내에 식품의 새벽배송이라는 시장을 공략하면서 마켓컬리는 빠르게 성장했다. 가파른 외형성장만큼 마케팅비와 시설투자비 역시도 증가했다. 그 결과 마켓컬리의 적자폭도 커져만 갔다. 적자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 마켓컬리는 '마켓'을 버리고, '컬리'로 리브랜딩 한다. 그 이후 컬리는 22년 말 뷰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뷰티컬리'를 런칭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를 메인 모델로 내세우며 적극적 마케팅을 펼친 결과 런칭 1년 만에 누적 구매고객 400만명을 달성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뷰티컬리 역시도 쿠팡과 같이 온라인에만 국한하지 않고 고객 경험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4일간 진행한 '컬리뷰티페스타'에는 2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다. 뷰티 컬리 행사의 차별성은 컬리만의 무기인 선별된 브랜드 선정과 제품 경험에 있었다. 제품력 있는 브랜드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고객으로 연결이 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3) 무신사다운 뷰티를 전개하는 「무신사」
무신사는 컬리보다 1년 앞선 21년 11월부터 플랫폼내에 뷰티 전문관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뷰티 카테고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뷰티 전문관은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보이면서 무신사 성장세에 큰 보탬을 하고 있다.
고객 경험적 측면에서 무신사 역시도 온라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프라인 경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9월 성수동 일대에서 진행된 '무신사 뷰티페스타'의 팝업 공간에는 1만 8천명이 방문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단순히 팝업공간에 한정짓지 않고 성수동 인근의 40여개 로컬숍과 연계하여 무신사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런데 무신사의 뷰티 시장 공략 전략은 쿠팡이나 컬리와는 사뭇 다르다. 각각의 플랫폼마다의 성격과 전략이 뷰티 시장 진출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쿠팡은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최대한 다양한 뷰티 브랜드를 입점 시킨 후 럭셔리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컬리는 주요 고객층이 3040 주부고객층을 감안하여 인지도 높은 럭셔리 뷰티 브랜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무신사는 '무신사다운 뷰티'를 내걸고 중소 브랜드와 함께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또한 자체 PB브랜드를 출시하면서 국내는 물론 일본 시장 진출을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다. 마치 최근의 패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무신사스탠다드 매장을 떠올리는 듯 하다.
온라인 플랫폼이 뷰티 시장에 진심인 이유
쿠팡, 컬리, 무신사는 온오프라인을 한정짓지 않고 저마다의 브랜드 전략으로 뷰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뷰티 시장에 진심인 이유는 단순히 뷰티 시장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화장품 시장에서는 속칭 '통돌이'라는 용어가 있다.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화장품 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개의 제작이 가능한 물량을 통에 넣고 일시에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첨가되는 기본적인 성분은 유사하면서 핵심적인 차별화 원료로 제품의 특징이 나누어진다. 하지만 차별화된 원료의 스토리와 브랜딩에 따라서 판매가격은 크게 올라간다.
그렇기에 뷰티 제품군은 개당 생산단가는 낮은 반면 높은 판매가를 책정할 수 있다. 결국 마진이 높기에 판매업체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제품의 충성고객군이 형성되면 쉽사리 다른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 이와 같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은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진다.
샤넬, 입생로랑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들은 명품 의류 매장 뿐만 아니라 뷰티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 신세계백화점에는 톰포드 뷰티 매장이 성공적으로 입점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구매가 쉽지 않은 명품 가방이나 의류에 비해 저렴한 뷰티 제품을 구매하도록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경험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연결된다.
더군다나 최근의 소비위축이 되는 상황에서 고객에게는 명품 브랜드의 럭셔리 뷰티 제품을 대체제로 받아들이기가 쉽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상황에서 충분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점 방식 혹은 사입을 통해서 판매를 하는 플랫폼이 인지도는 물론 판매단가가 높은 럭셔리 뷰티 제품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유통기한 등 재고관리 용이성
마켓컬리는 '마켓'을 버리고 카테고리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식품으로만 국한시키기에는 시장 확대가 한정적이고 식품 제품 자체가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변질되기 쉽고 유통기한이 짧다. 하지만 뷰티 제품은 그렇지 않다. 뷰티 제품은 통상 미개봉시 2~3년, 개봉시에는 1년 정도의 유통기한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제품을 물류 창고에 오랜기간 동안 보관하더라도 폐기 처분에 대한 리스크가 현저히 적다.
또한 뷰티 아이템은 대부분 계절적 영향도 크게 받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제품 사이즈가 일반적인 제품에 비해 매우 작기에 물류 및 운송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기존에 구축된 물류라인 시스템에 부피는 적지만 단가가 높은 제품을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다.
4) PB개발 및 직수입 브랜드 확대 가능
국내의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화장품 위탁생산 기술을 갖춘 업체이다. 이와 같은 OEM, ODM업체를 통해서 자체 뷰티 제품 출시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뷰티 카테고리 고객을 확보한 후 PB제품 판매 전략으로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 이를 통핸 이익율을 높혀 재무 건정성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아직 국내에 미런칭한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발굴하여 직수입 혹은 사입 방식으로 넓혀 나간다면 차별화된 시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파리스의 심판」은 유명한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사건이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는 세 여신(헤라,아테나,아프로디테)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골라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파리스는 군주의 권력(헤라)이나 전투의 승리(아테나) 대신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여신(아프로디테)을 선택한다. 그로 인해 스파르타 왕의 아내인 헬레네를 얻게 되면서, 길고 긴 트로인 전쟁의 서막은 시작되었다.
이처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갈망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계속될 것이다. 이와 함께 뷰티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커져가고 있다. 그러므로 뷰티 시장을 각자의 전략으로 공략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행보는 당연한 일이다. 고객의 경험적 측면에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 동일한 제품이라도 플랫폼마다 어떠한 경험을 제공하며, 각자의 브랜드 전략을 펼쳐나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