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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을 제친 혁신기업은?

40년된 전통기업이 파산까지 갔다가 세계적 혁신기업이 되다.

by 유통쟁이 김우찬 Mar 21. 2025

미국의 유명한 기술/경제 전문 매체인 「패스트컴퍼니」에서 다양한 업종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보인 업체를 선정해서 발표한 내용이 화제다. 바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의 유통 부문 2위로 우리나라의 '쿠팡'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시장의 최강자인 아마존이나,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월마트가 있음에도 쿠팡이 2위에 선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까지의 물류혁신을 통한 배송체계 구축 및 다양한 서비스와 멤버십으로 고객을 락인(Lock-In)하는 전략이 글로벌 매체에서도 인정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아마존, 월마트 및 쿠팡을 제치고 유통부문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어디일까?바로 J.Crew(제이크루)라는 미국 패션소매 기업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83년 설립이후 미국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이다. J.Crew는 대표적으로 버락오바마 대통령의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가 평소에 애용한 브랜드로도 잘 알려져 있다.

평소 J.Crew를 애용한 미셸 오바마의 모습(@WSJ)평소 J.Crew를 애용한 미셸 오바마의 모습(@WSJ)

그러나 설립이후 30여년간 유명세를 이어가던 J.Crew는 빠르게 하락세를 보였다. 트렌드를 따라가다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고, 온라인 시장의 변화를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다.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린 오래된 브랜드의 추락은 마치 날개꺽인 그리스 신화 속의 이카루스와 같았다.

J.Crew의 연도별 이익 추이(@WSJ)J.Crew의 연도별 이익 추이(@WSJ)

J.Crew는 하락세를 막기 위해서 2017~2020년까지 전체 오프라인 매장의 약 10%인 50여개의 매장을 폐쇄했다. 하지만 심해지는 매출 부진과 부채에 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2020년 4월 파산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파산신청까지 갔던 전통적인 패션 기업이 올해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예전의 영광을 찾아가고 있다. 분명한 전략적인 배경이 있으며, 이 부분은 국내의 어려운 패션산업 현장에서도 고민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1. Back To Basic(J.Crew의 정체성을 찾다)


J.Crew는 클래식한 아메리칸 스타일을 표방한다. 설립이후 아메리카 백인층을 타겟으로 한 스타일로 브랜드만의 고객층을 확보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 기존의 패스트패션 트렌드를 쫓아가면서 브랜드의 색깔을 잃어갔고 결국 쇠락하게 되었다.

클랙식한 아메리칸 스타일을 표방하는 J.Crew(@J.Crew 홈페이지)클랙식한 아메리칸 스타일을 표방하는 J.Crew(@J.Crew 홈페이지)

그렇지만 J.Crew는 2021년부터 재기를 위해서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나간다. 무인양품 역시도 한때 브랜드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큰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이때 '무지다움'을 표방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서 재도약할 수 있었다.


J.Crew는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감각을 더한다. 특히 개성있는 브랜드로 유명한 Supreme의 디자이너였던 Babezien을 영입하였다. 또한 유명 디자이너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하여 브랜드만의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브랜드의 고유함과 현대적 감각을 더함으로서 새로운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제품라인 다각화를 병행함으로서 매출 증대의 기회를 높였다.


2. Consistent Experience(온오프라인의 일관된 경험)


J.Crew가 파산신청을 한 데에는 시점상 팬데믹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오프라인 매장 500여개를 운영한다는 것은 단기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큰 위기를 맞게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J.Crew는 파산신청을 한 2020년이후에도 100여개 이상의 매장을 폐쇄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했던 J.Crew는 체질개선을 위해서 온라인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온라인 채널에 상품 등록만 하면서 판매 채널만 추가한 게 아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고객의 구매 여정에 초점을 맞췄다.


첫째, 고객 구매의 Pain Point를 해결하였다. 고객은 매장에 방문하기 전 모바일 앱을 통하여 매장의 재고를 확인할 수 있고, 매장에서는 모바일로 바코드를 찍어서 상품에 대한 추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매장에 재고가 없으면 집으로 배송을 받을 수 있으며, 온라인 구매한 제품을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반품할 수 있다.


둘째, 고객 데이타 통합으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J.Crew리워드 프로그램을 통하여 온오프라인의 개별 구매 데이타를 통하여 다양한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Style Session 프로그램을 통하여 온라인 예약후 매장에서 개인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차별화를 높이고 있다.


셋째, 재고 데이타의 최적화로 지역 특성에 맞는 재고를 관리한다. 지역별 구매 패턴과 온라인 검색 데이타를 분석하여 매장의 최적화된 재고를 관리한다. 뿐만 아니라, 최적화된 재고 관리를 통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 메시지 전달을 통하여 고객 유입을 강화하고 있다.


3. Lowered Barrier(고객층을 확대하고 유입을 강화하다)


J.Crew는 주요 고객층은 백인 부유층이다. 전체 고객 중 백인의 비중이 70%가 넘는다. 자세히는 미국 북동부 지역의 부유한 백인 여성의 브랜드로 인식된다. 고객층이 명확하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으나, 미국이라는 다양한 인종이 살아가는 시장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J.Crew는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다야한 시도를 진행한다.


우선 경쟁사대비 유독 백인 고객층이 높고, 인구구성비가 높은 히스패닉 고객층은 6%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고개층을 확보하기 위해서 히스패닉 고객층을 연구한다. 히스패닉 고객의 의류를 구매시 편안함과 함께 내구성을 중시한다는 인사이트를 발견한다. 그 이후 적극적인 캠페인을 진행한다. 

"Wear Beautiful. Feel Beautiful"

히스패닉 고객층에게 편안하면서 내구성있는 고품질 의류 브랜드라는 점을 각인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다양한 매체에 슬로건을 내걸고 광고를 진행함은 물론 히스패닉 모델을 적극 활용한다. 또한 히스패닉 고객층이 거주하는 중심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함으로서 접점을 넓혔다.


두번째로 신규 고객을 유입하고 락인(Lock-In)할 수 있는 리워드 프로그램(J.Crew passport)을 개선하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리워드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온오프라인 구매 채널 상관없이 포인트를 쌓고 모든 채널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있다. 생일인 회원에게는 특별 할인 제공은 물론 선물을 보내주기도 한다. 그리고 구매액에 따라서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별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한다. 높은 등급의 회원에게는 개인 스타일링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회원 가입/유지비용은 모두 무료이다.


이와 같은 무료 리워드 프로그램을 통하여 신규 고객 데이타 확보는 물론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구매 등급별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통하여 고객 충성도 강화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Reimagined by J.Crew"를 통하여 중고 및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의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가장 매출이 높은 시점인 블랙프라이데이 때 모든 매장문을 닫고 슬로건을 홍보했다. 'Don't Buy Jacket'이다. 무절제한 소비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준 사례이다. J.Crew 역시도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면서 'J.Crew의 산지 35년 된 럭비 셔츠'가 여전히 보기 좋고 착용감도 뛰어나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SNS를 통해 적극 알린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흥망성쇠가 존재한다. 더군다나 오래된 기업이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환골탈태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40년의 전통기업 J.Crew는 그것을 해냈다.


첫째, 고집을 버렸다. 브랜드의 고유함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고, 백인 고객층 브랜드임을 버렸다. 카탈로그와 TV채널 중심 마케팅에서 SNS채널을 통한 소통을 강화하였다.

둘째, 고객에 집중했다. 허울뿐만 번지르르한 옴니채널이 아니라, 고객의 Pain Point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셋째, 자신의 고유한 가치는 지켰다. 일상 속의 편안한 브랜드이지만 고급스러움은 지킴으로서 다시 거듭날 수 있었다.


J.Crew는 정확히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는 않으나 아직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는 뚜렷한 빛이 비추고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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