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AP(Soon) vs ASAP(Slow)
주말 이틀 간의 매출이 한주의 매출에서 60%가량을 차지하기에 주말 매출은 전체 실적과 직결된다.
그렇기에 매출 집계 및 상급자 보고를 맡았던 나는 새벽같이 출근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새벽같이 나와도 모든 매장의 매출을 집계하고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문제는 어김없이 아침 7시반도 안되서 출근하자마자 부문장님은 매출 속보를 찾으셨다.
"매출 속보 안되었나? 금방 되지!"라고 하시면서 화장실을 가신다.
그리고 화장실 다녀오시면서 바로 한마디 하신다.
"다 되었지? 빨리 갖고 와라"
근무연차가 적지 않은 나도 그 순간에는 등에서 식은 땀이 나곤 했다.
이러한 상황은 매출속보만이 아니다. 실제 매장에서의 매출 관리자 역시도 당연한 일상이다.
목표대비 실적이 부진하면, 퇴근 전 점장님의 호출이 이어진다.
"오늘 부족한 매출은 내일 어떻게 할래?"
다음날 아침 오픈 전부터 다급한 전화가 온다.
"오픈하면 얼마부터 시작하나?"
점심 시간쯤 되서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다소 격양이 되어 있다.
"목표대비 진도율이 왜 이렇지?"하며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렇게 시간단위로 머리를 짜내고 두 발을 동동 구르면서 하루가 마감되었다.
피라미드식의 조직 구조속에서 상급자가 될 수록 힘든 상황은 충분히 이해한다.
더군다나 임원급이나 점장급이 되면, 경영진으로부터의 더 강한 압력이 가해진다.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금의 자리를 언제 잃게 될지 모르는 바람 앞에 촛불 신세이다.
그렇기에 다급해지고 초조해진다.
부하 직원에게는 '지금 당장', '빨리빨리'와 같은 명령만 내리게 된다.
당연히 조직내 분위기는 'A.S.A.P(As Soon As Possible)'로 인해서 경직되어 간다.
그런데 이러한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도 있다.
간절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극약처방이 언제까지 통할 것인가 말이다.
반면에 완전히 다른 캐치프레이지를 내세우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이다.
이들 역시도 A.S.A.P를 외친다.
그런데 단어의 의미가 다르다.
As Slow As Possible! 가능한 한 천천히를 외치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강제적인 압력과 숫자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한계가 있다.
스티브잡스가 애플에 복귀해서 내세운 캠페인인 'Think Different'는 숫자만을 분석해서 나오지 않았다.
고객은 물론 내부 조직원의 감성을 건드렸다.
그 결과 애플은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초글로벌 기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유통사 역시도 달라져야 한다.
당연히 조직은 매출을 창출해 내야 하고, 전년대비 실적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사결정권자부터 근본적인 문제부터 돌아봐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유통 공간은 무엇이며 매출 자료가 아닌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말이다.
단기적인 매출에 얽매여서 찍어 누르기만 해서는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
계속해서 '빨리빨리'만 외쳐댈 뿐이다.
고객에게 어떠한 즐거운과 설레임을 줄지를 고민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바라보는 대상과 관점이 바뀌어야 모든 변화가 시작되게 된다.
그래야 조직 분위기도 변화하고, 창출되는 결과물도 달라지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객은 오프라인 채널을 다시 찾게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