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좀 그만합시다

나때는 말이지! 이제 그만!

by 유통쟁이

내가 일주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 아이들이 깨기 전 혹은 각자의 방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할 때 와이프와 단둘이 거실에 있는 순간이다. 그때 우리는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따뜻한 커피 한장을 마신다. 그 순간 거실 창문 너머로는 아침의 따사로운 햇살이 내 몸을 감싸온다. 이 순간이 내가 일주일의 피로를 풀면서 충전을 하는 행복한 순간이다.

이때면 와이프는 편의점에서 내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는 언제나 라떼를 마신다. 내가 우유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아메리카노의 쓴만이 싫은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라떼를 마시며 그 순간을 즐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라떼'를 마시기만 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너무나도 많이 듣게 된다. 특히나 이제 갓 유통업에 첫발을 디딘 사회 초년생이라면, 하늘같은 상사나 선배들에게서 진심어린 충고(?)를 들을때 시작하는 의례적인 어미가 그것이다.


바로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라고 모든 이야기는 시작된다.


'라떼'를 시작으로 일장 연설이 시작된다. 본인이 신입사원 시절 백화점 황금기 이야기, 천지창조를 방불케하는 매출 달성 이야기, 밤새면서 행사 준비하던 이야기 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이러한 이야기를 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 역시도 나름 '라떼' 이야기를 풀어내면 몇 시간을 떠들 수 있기 때문이고, 그만큼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으로부터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라떼' 이야기를 어렵게 들어온 회사에서도 듣게 되는 사회 초년생의 입장을 헤아려 보기 바란다. 자신의 성공 신화에 매몰된 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는 역할이어야 한다.


약 10년도 전에 내가 몸담던 백화점의 대표이사는 한국 백화점 협회 회장으로서, 일본 백화점 협회의 강연 초청을 받으셨다. 그 당시 일본은 장기 불황에서 겨우 탈출해 나가던 상황이었지만,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소매업은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반면에 국내 오프라인 시장은 온라인 시장 규모가 미비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일본 백화점 협회에서는 잘 나가는 한국 시장의 성공 요인을 직접 듣는 기회를 갖고자 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소매업은 곧 닥쳐올 위기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체 성공의 저주에 빠져들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휴브리스(hubris)'라는 단어가 있다. 의미는 '성공에 취한체 자산의 능력을 신에게 도전하는 오만함'을 뜻한다. 자신의 성공과 기분에 휩쓸려 태양까지 날아가려 한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와 신에게 도전해서 높이만 지어올린 '바벨탑'이 휴브리스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40대 중반이 나 역시도 대표적인 꼰대의 나이로서 '라떼'라고 하는 충고와 '휴브리스'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성공에 취한 체 지금의 급속도로 변화하는 트렌드와 세대에 대한 공감과 이해는 없이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모습이 말이다. 그 결과는 지금의 오프라인 매장의 어려움에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라떼' 좀 그만합시다. 과거 성공의 망상을 벗어버리고 지금의 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를 이끌어 갈 초년생들에게 진심으로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자신의 빛바랜 사진 속 모습이 아니라, 풍랑과 같은 현실에 직면해야한 후배에게 건네는 유통업 선배로서 말이다. 나 역시도 그러한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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