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말처럼 쉽나요!?

매를 때린다고, 매출이 나오는 게 아니다.

by 유통쟁이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이 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ESG경영 역시도 사회의 일원으로의 책임을 짐으로서 지속적 경영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ESG경영 역시도 기업의 근간인 영리 추구와 병행이 되고 있다. 그래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일원이 직원들은 어떠할까? 당연히 기업의 이익을 내기 위한 실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통업에 일하는 우리들은 「매출」이라는 무거운 짐을 항상 가슴 한켠에 둔체 일을 해나가고 있다. 각자가 인식하고 있는 책임감과 승진을 위한 기회를 인지하고 있는 이상 각자의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매출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상급자들의 태도와 강도이다.


백화점 영업팀장 시절을 떠올려 보면 지금은 피식하고 웃어 넘기지만, 매출에 대한 압박으로 하루하루 힘든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유사하듯이, 백화점 역시도 우선 전사의 매출을 정한 후 각 점포별로 매출 목표를 배분한다. 그러면 각 점포에서는 전년 실적과 매출 추이를 감안하여 각 팀별로 매출을 배분하고, 각 팀에서는 담당별로 매출을 나눠서 관리하게 된다. 각 팀별 혹은 담당별로 맡게된 월간 매출은 또다시 일자별로 나눠서 매출 관리프로그램(RIS)에 반영후 관리한다. 이렇게 되면 하루하루 아슬아슬한 곡예가 시작된다. 담당자 입장에서 스스로 느끼는 매출에 대한 부담감도 있겠으나, 상급자로부터의 매출 압박 속에서 일자별 매출이 아닌 시간대별 매출에 따라서 희노애락이 급격하게 변한다. 한달이 중간쯤 지났을 때의 일이다. 나의 팀 매출 추이가 목표대비 부족하자 퇴근직전에 점장님과의 일대일 미팅이 잡혔다. 굳은 표정 속에 "매출 얼마 할건가?"라는 질문에 나는 예상은 했으나 무거운 마음으로 부족한 매출을 커버할 정도의 매출을 보고하게 된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매장이 오픈하기 전부터 "오늘 매출 할건가?"라는 압박이 시작된다. 다행히도 매출이 좋게 나오면 다행이지만, 매출이 그렇게 쉬운가 말이다. 시간대별로 매출 추이가 좋지 않으면 "시간대별로 매출이 빠지네!어떻게 할건가?대책은 뭔가?"하는 압박 속에 내 얼굴은 일그러져만 간다. 결국 하루의 끝도 점장님과의 독대로 마무리 된다. "오늘 매출갖고 거짓말했네! 내일 매출 얼마 할건가?" 나는 결국 오늘 하루의 패배자가 된 체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하게 된다.


매일같이 패배자와 같은 삶의 무게를 버티며 지내온 것은 결코 아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때로는 어떻게든 목표로 한 매출이 나와서 당당하게 점정님 앞에 서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빨래 짜듯이 쥐어 짠다고 매출이 나오는 게 아니다. 빨래도 한번 짜고, 또 손목을 돌려서 계속 짜면 옷이 상한다. 실밥이 터지거나 옷감이 찢어져 버릴 수도 있다. 전래 동화처럼 '금 나와라 뚝딱!은 나와라 뚝딱'한다고 매출이 나오는 게 아니지 않은가. 책 <돈키호테>를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점포는 물건을 파는 매장(賣場)이 아니라 고객이 물건을 사는 매장(買場)이다.

결국 매출은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만 억지로 매출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오지않던 고객까지도 불러들여서 스스로 사도록 하는 게 매장이라는 의미이다. 부하직원에게 압박을 가한다고 매출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상급자 역시도 한 배를 탄 일원임을 잊지 말자.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먼 발치에서 보는 존재가 아니라, 한 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해야 하는 처지임을 잊지 말자. 함께 매출을 고민하고, 트렌드를 공부해 나가야 한다. 부하직원의 보고 사항만으로 판단을 할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의 소리를 들으면서 타개책을 찾아 나가야 한다. 본인의 승진과 안위를 위해서 '당신 실적이 좋아야 이번에 승진하지 않겠어?'라는 포장으로 둘러댈 것이 아니라, 배가 가라앉고 있다면 물을 푸고 노를 저어서 탈출해야 한다.


나 역시도 꼰대였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함께 고민하는 꼰대였음은 자부한다. 스스로 고민하고, 담당자들과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내려 노력하였다. 이것이 나만의 착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매를 들어서 후려 친다고 매출이 나오는 게 아니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은 알 것이다. '매에 장사는 없지만, 매로 아이들을 키울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유통업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직종이다. 선배들 역시도 그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서 그 힘든 나날을 매를 맞아가며 버텨왔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잘못된 성공 방정식을 부하 직원들에게 세습하지 말고,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라떼 좀 그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