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님들은 등산을 참 좋아하신다.
뉴턴의 제 1법칙은 <관성의 법칙>이다. 관성의 법칙은 외부에서 힘이나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한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지금 갑자기 과학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러한 과학의 원리가 우리네 직장 생활에도 통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임원급의 선배님들은 자신의 경험까지 적용하여 '그대로 유지'는 기본이고, '가속을 붙이는' 상황을 종종 겪게 된다.
백화점의 경우에 보통 한 달에 한번씩 주말 영업을 마무리하고 월요일에 정기 휴무를 갖곤 한다. 고객의 컴플레인이나 매출에 대한 잠시만의 해방감을 가질 수 있기에 유통업 실무자들은 손 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그런데 한 점포 건너마다 특히나 등산을 좋아하시는 점장님이 계신다. 이런 점장님들은 이때 맞춰서 산행 일정을 잡기 시작한다. 점장님 주관 등산에 맞춰서 산하 부서의 직원은 사전 답사까지 가곤 한다. 등산은 운동 효과도 있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기회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부담스러운 등산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물며 한때는 매년 1월 1일이 되면 전사에서 해돋이를 위해 산행을 하는 것이 새해 의례적인 행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해뜨기 전에 산 밑에서 팀별로 모여서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추위속에 꽁꽁 언 두발을 동동 구르다가 떠오르는 해를 보며 잠시나마 '와'하고 외친 후 내려온다. 그러나 바로 귀가를 하지 않는다. 새해 아침에 함께 모여서 떡국을 먹은 후 새해 행사가 마무리된다. 이런 모습을 참지 못한 와이프는 새해 첫날 아침 꼭대새벽에 나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랑 우리 아이들은 평생 당신이랑 함께 새해 아침에 떡국은 못 먹겠네!"라고 말이다. 아내의 푸념어린 핀잔을 들으면서 나는 어쩔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왔다. 다행히도 신년 해돋이 행사는 몇 년간 지속되다가, 대표이사 교체후 사라졌다.
자신이 임원이고 상급자라고 부하 직원위에 군림을 해서는 안된다. 영원히 쥐고 있을 것 같은 힘도 그 자리를 내려놓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 자리 자체가 사상누각이기 때문이다. 힘으로 유지하고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고 상처를 주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 본인의 그릇된 판단과 행동을 바로 잡아야 한다.
'원래 그래왔으니, 그냥 하면되지!'라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런 자세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며, 잘못된 관성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대로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옳지 못한 방향으로 홀로 가속을 붙이고 있는 꼴이다. 휴무날 등산을 가고, 새해 첫날 모두 함께 일출을 봐야 한다는 고착된 사고는 자신을 더욱 외롭게 만들 뿐임을 직시해야 한다. 새해 일출을 가서 아침부터 팀 회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아침의 자유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기회와 약간의 여비를 다들 원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최근에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화제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 특히 부하직원 역시도 나와 똑같이 생각할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잣대를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 로마제국의 '네로황제'나 조선시대 '연산군' 역시도 스스로는 폭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성들은 모두 알고 있었으며, 역사 역시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나'라는 존재가 소중한 만큼 '너'라는 존재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해 줬으면 한다. 그리고 좀 더 주위를 둘러보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