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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man May 09. 2023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녀와 단둘이

이제 20년이 넘었다. 직장을 갖고 달려온 지가. 더불어 결혼 후 17년이 흘렀다. 연휴 후유증인가. 어제저녁, 오늘 아침은 왠지 좀 지친다.


직장이라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아를 실현하고 경제적인 부분까지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었기에 직장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좋건 싫건, 재미있건 재미없건 그냥 쓰러지기 전까지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40대 가장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가정에서의 육아는 끝이 없었다. 두 자식들 덕분에 말도 못 하는 호사를 누리는 것이 맞다. 내게 큰 행복을 안겨준 것도 맞다. 잘되어야 하고 잘될 것이다. 환경이 과거와는 달라 하나하나 신경 쓸 것도 손 가는 것도 많다. 그냥 밖에 내놓고 키울 수는 없는 사회이기에 우리 부모세대의 육아와는 많이 다르다.


내 삶의 이유와 가치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다잡는다. 가장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이 길을 흐트러짐 없이 가야 한다고.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 힘들기도 하다. 아내에게 친절하지 못한 상황도 온다.


오롯이 떠나고 싶다. 아내와 함께하는 것은 늘 좋다. 애들은 스스로 모든 생활이 가능해 우리 둘만 생각하면서 바람 쐬고 즐기고 싶다. 내 바람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혼 전 아내와 함께 2년 여 연애하던 그 시절과 오버랩된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중요한 행복포인 트였나 보다. 제주도에 가고 싶으면 둘이 훅 떠날 수 있었던 결혼 전 우리의 자유롭던 그때가 그립다.


3년 뒤에 첫째가 어른이 되고 둘째가 우리 손이 필요 없는 그날이 오면, 아내와 전국을 누비며 구석구석 바라보고 지역 맛을 탐방할 것이다. 주말과 휴가 때는 오롯이 우리 둘만을 위해 기약 없이 즐기며 다닐 것이다. 다가오고 있다. 그때의 우리로 돌아갈 시간이.


아프면 안 되겠지. 3년간 몸과 마음의 건강에 집중한다. 해야 하는 내 역할에 충실히 임한다. 오늘 저녁은 어제처럼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아야지. 음식은 그녀보다 내가 한 수 위니까.


넋두리 작렬하고 또 인생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녀와 즐거웠던 영도해녀촌 해물에 쏘맥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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