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나는 내 기억과 삶을 글로 남긴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0여 일이 지난 시점.
일상이 달라졌다.
일상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와 근무하는 직장에 대해 독자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을 올리려고 시작했는데 글을 쓰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공부 잘하면 의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학창 시절 이과를 선택했고 수학과 과학을 제법 잘하기도 했다. 선택과는 다르게 사람들을 만나며 말을 참 잘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던 것 같고 아내는 내 편지나 대학원 논문 쓴 것을 보고 글을 참 잘 쓴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웃고 말았지만 요즘 글을 쓰며 느끼는 감정은 '난 문과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즐겁다. 구절구절 내 생각과 방향으로 흘러간다. 너무나 창조적인 작업이다. 음악을 만드는 분들, 미술작품을 만드는 분들,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직업을 가진 분들을 동경한 적이 있는데 내가 그런 분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카타르시스가 온몸을 감싼다.
이 만족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글을 다른 분들이 접하여 읽는다.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2년 전 걷기와 달리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참 잘했다. 평생 해야 할 좋은 운동을 찾은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시 그 기분을 느낀다. 정신적 열쇠를 찾은 기분.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분야와 상황의 다른 분들의 글을 읽는 것도 큰 기쁨이다. 일반 서점이나 도서관의 기성작가의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순수 아마추어의 진심이 담긴 글, 수준이 낮지도 않은 수많은 글들을 읽는 것도 영적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혼자만의 사색, 잔잔한 재즈음악과 차. 세로토닌이 막 분비된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한 마음으로 조금씩 글을 적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