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4월이 지난 5월은 나에게 있어서 진정한 계절의 여왕이다. 어디를 가도 푸르름에 눈이 즐겁다.
이런 날씨에는 캠핑이 제격이지만 캠핑을 하기에는 의지 부족이다. 캠핑용품도 다 구비해서 언제든 떠나기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안된다. 캠핑을 몇 번 해봤지만 나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도 크게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간단한 근교 피크닉이 딱 어울린다. 캠핑 기분도 내고 자연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피크닉 하기에 기가 막힌 장소를 발견해 놨다. 답답한 기분이 들 때 혼자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는 곳이고, 캠핑의자와 작은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준비해 푸르름을 만끽하며 쉬면 세상 이런 호사가 없다. 물론 멋들어진 LP로 듣고 싶은 음악도 함께한다.
아내와 둘이서 나무 그늘 아래 잔디에 미니멀 피크닉을 준비한다. 오늘 음식 메뉴는 아내가 좋아하는, 내가 못 먹게 하는 맥도널드 버거세트다. 아주 가끔이니 먹도록 하지. 맛있긴 맛있네. 나이가 먹어가니 몸에 좋지 않다는 음식은 몸이 거부한다. 오늘은 날이 좋으니 먹자. 기분 좋게 먹으면 0kcal, 몸에도 좋단다.
눈앞에 초록을 머금은 잔디와 그 너머로 푸르른 산이 펼쳐진다. 시집 한 권을 읽으며 힐링한다. 귀여운 강아지들이 여기저기서 주인과 함께 산책한다. 저쪽 제일 큰 나무 아래에는 명랑한 두 여자분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깔깔대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저분들도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당당히 즐기는 소중한 시간이렸다.
힐링스팟
전에는 멀리 사람들이 붐비는 관광지나 핫플을 가야 논 것 같고 여행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요즘은 가까운 곳에서 쉽게 쉽게 여유와 낭만을 즐기는 것이 더 큰 힐링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오가면서의 피곤과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작은 것에 기뻐하고 감사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잘되던가. 그래도 웃는 표정 지으며 모든 상황을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만히 있는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몸건강뿐만 아니라 마음건강도 열심히 챙겨야 한다.
시를 읽는 건지 자연을 읽는 건지 시선은 시집과 풍경을 왔다 갔다 한다. 해 질 무렵까지 계속 머물고 싶지만 가정에서의 우리 역할이 있기에 아쉬움 머금고 오늘의 행복을 마무리한다.
다음 주에 또 와야지. 갑자기 더워지니까. 그럼 가을까지 꿈같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
산들산들 향긋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살결을 스친다. 정신이 혼미하다. 세로토닌이 분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