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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저씨 May 19. 2020

88편의 시로 쓴 드라마, 님의 침묵

당신이 모르는 과거의 5월20일

과거로부터 배우는 오늘 : 위하고 알새과오

목차

미터법에 담긴 평등사상

미터(m)는 오늘날 전세계인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길이 단위입니다만, 그 이전에는 사람의 신체를 기준으로 정한 단위들이 나라마다 다르게 쓰였습니다. 예컨대 고대 이집트의 큐빗(엄지손가락부터 팔꿈치까지), 영국의 피트(엄지발가락부터 발뒤꿈치까지), 중국의 척(엄지손가락부터 가운데손가락까지)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신체의 크기가 달랐으니 정확할 리가 없었겠지요. 이에 프랑스대혁명에서는 기준이 애매한 도량형을 바로 잡는 것이 평등의 시작이라 생각하고 오랜 연구 끝에 지구 자오선(남극과 북극을 연결하는 선)의 4천만분의 1을 1미터로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여 만든 메달에 '모든 시대, 모든 사람에게'라는 문구를 넣어 평등사상을 표방하였습니다.

이후 1875년에 17개국이 협약을 체결하여 미터를 통일된 표준 도량형으로 정했고, 우리나라도 1959년에 협약에 가입하여 1964년부터 미터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자오선 기준으로 정의한 1미터는 현대에 와서 '빛이 진공 상태에서 2억 9,979만 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로 정교화되었습니다.

더불어 평등사상도 더욱 정교화되고 고도화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게으름뱅이들의 아버지는 부지런했다!

TV 리모콘이 없던 시절, 게으름뱅이 삼촌은 누워서 발가락으로 채널을 돌리다가 그마저 귀찮으면 어린 조카를 불러 채널돌리기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우리의 삼촌만 그런 게 아니었나 봅니다. 2012년 무선 리모콘 발명자인 ‘유진 폴리’의 부음을 전하는 해외 통신사는 ‘채널 돌리기 심부름을 하는 아이들을 편하게 해준 사람’이라 평가했다고 합니다. 2차대전 승전 이후 미국이 최대 호황을 누리던 1950년대는 TV 보급률도 세계 최고였는데, 광고 스트레스 속에 시청자들의 채널 돌리는 횟수도 덩달아 늘어났습니다. 이때 전자회사에서 기술자로 근무하던 ‘유진 폴리’가 최초로 TV 무선 리모콘을 개발했는데 대박이 터졌습니다. 1980년까지 9백만개 이상 팔리며 국민리모콘이 된 것입니다.

졸지에 ‘게으름뱅이들의 아버지’가 된 폴리지만, 정작 그의 일생은 결코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일찍이 전자회사의 창고관리 업무부터 시작해 최고 장인으로 성장하며 47년간 일했고, DVD의 원형 격인 비디오디스크 관련 기술 등 미국 특허를 18개나 취득했다고 합니다. 게으름뱅이 삼촌들이 조카를 불러 심부름을 시킬 때 아이디어를 부르는 차이, 그 차이가 소위 ‘클라쓰’를 가르는 것은 아닐까요.


교련복에 배어있는 아픈 현대사

1986년까지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는 ‘학생회’ 대신 ‘학도호국단’이 있었습니다. 영화 ‘친구’의 장동건, ‘더킹’의 조인성이 멋지게 입고 나왔던 교련복이 바로 그 유니폼인데, 실제로는 아픈 현대사가 배어있습니다.

학도호국단은 한국전쟁 발발 1년 전인 1949년에 학생들의 반공교육과 사상 통일을 위해 창설되었다가 4.19혁명과 함께 폐지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5년 후인 1975년 오늘, 정부는 다시 학도호국단의 부활을 발표했습니다.

유신개헌으로 대학가가 어수선해지자 학생회 대신 학도호국단을 통해 통제하고자 하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10.26사태로 유신정권이 막을 내리고 신군부가 집권하면서 학도호국단은 오히려 대학가의 반정부 시위에 불을 붙이는 역할만 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1985년에 대학교, 이듬해인 1986년 고등학교 학도호국단을 폐지하면서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학도호국단이 아니라도 우리에게는 전쟁 때마다 의병, 승병, 학도병 등을 조직하여 나라를 지키는 일에 자발적으로 앞장 선 역사가 있습니다.

그 역사가 있기에 코로나19와의 전쟁도 슬기롭게 잘 대처해나가는 것 아닐까요.


88편의 시로 쓴 드라마, 님의 침묵

‘님의 침묵’은 만해 한용운이 1926에 발표한 시집이면서 동시에 시집의 서시이자 표제시 제목입니다. 이 시집에는 총 88편의 시가 기승전결의 극적 구성을 이루고 있는 연작시 형태로 실려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시 ‘님의 침묵’ 첫구절은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로 시작하고, 마지막 시 ‘사랑의 끝판’ 마지막 구절은 ‘네 네 가요 이제 곳 가요”로 끝나는데, 마치 사랑하던 연인이 이별 후에 다시 만나는 한편의 드라마처럼 이별의 시편, 이별 후의 슬픔과 고통의 시편, 슬픔에서 희망으로의 전환시편, 만남을 향한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님의 침묵’은 학창시절 시험에 너무 많이 나오는 시라 지긋지긋해서, 혹은 너무나 유명한 시라 잘 몰라도 다 아는 것 같아서, 시간이 갈수록 나의 기억과 이별하는 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고 다시 만나면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처럼 감정 돋우는 시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의 시련이 빨리 지나고 헤어졌던 ‘정상적인 삶’과의 재회를 꿈꾸며 그 시집을 다시 들어봅니다.

<님의침묵을 노래로 부른 밴드 ‘빈티지프랭크’>

https://www.youtube.com/watch?v=hsa16JiFW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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