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네일, 내 안의 꿈의 재료를 찾는 일
'꿈을 디자인하라' 초판에서 필자는 '여러 우물을 파보라'라고 말했다. 하나만 깊게 파기 전에, 여러 곳을 시도해 보아야 물이 나오는 지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어디에 물이 있는지 알 수 없고, 파보지 않은 우물은 언제까지나 가능성으로만 남는다. 이 말은 당시에도 유효했지만, 지금의 시대에는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다시 읽힌다.
1초의 미학, 썸네일이 결정하는 선택의 순간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 안에서 이미 '여러 우물을 파는 방식'에 익숙하다. 이 브런치북에서도, 온라인 쇼핑에서도 우리는 작은 썸네일 이미지를 보고 글을 읽을지, 상세페이지를 열지 순식간에 판단한다. 이 판단은 오래 고민해서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평균 1초 내외의 짧은 순간에 이미 선택은 끝난다. 대부분의 결정은 읽기 이전, 보기 이전에 이루어진다.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약 8시간에 이른다. 이 시간 동안 화면 위에서는 끊임없이 이미지와 영상의 미리 보기가 스쳐 지나간다. 이 가운데 실제로 클릭해 상세페이지까지 들어가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수많은 선택 중 1~3% 정도만이 더 깊은 탐색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깊이 보기보다 빠르게 판단하는 데 쓰고 있다.
디자이너의 사고법, 가능성을 펼치는 개념 생성
디자인의 언어로 말하면, 이것은 개념 생성 단계의 사고방식과 닮아 있다. 디자이너들은 손톱만 한 크기의 이미지를 빠르게 여러 개 그려보며 방향을 탐색한다. 이 작은 이미지에는 디테일이 아닌 구조와 분위기, 가능성만 담긴다.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펼쳐 보기 위해 그린다.
이 썸네일은 몇 개로 끝나지 않는다. 수십 개, 때로는 수백 개가 만들어진다. 그 대부분은 사라진다. 하지만 이 과정이 있어야 남길 하나가 보인다. 디자인은 처음부터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반응이 있는 방향을 골라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진로 설계, 반응하는 지점을 찾아내는 감각
초판에서 말한 '여러 우물'은, 지금의 언어로 바꾸면 '여러 썸네일'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깊이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감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진로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의 직업을 결정하기 전에, 삶의 가능성을 작은 이미지 단위로 여러 개 떠올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썸네일은 꿈의 완성이 아니다. 썸네일은 내 안에 이미 존재하지만 흩어져 있는 '꿈의 재료'를 찾는 단계다. 아직 직업의 이름이 없어도 괜찮고, 계획으로 정리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어떤 장면 앞에서 멈추는지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퇴직 이후의 실천, 삶을 다시 그리는 썸네일
필자 역시 퇴직 이후 이 썸네일 설계를 삶에서 직접 실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썸네일은 건강이었다. 운동과 음식의 루틴을 다시 설계하며 몸을 삶의 중심에 두었다. 그다음은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연구였다. 생각을 정리하고, 연구의 방향을 구체화하며, 이 결과가 어디에 쓰일 수 있을지를 여러 갈래의 썸네일로 그려보았다.
이 과정은 지난 1년 반 동안 계속 수정되고, 지워지고, 다시 그려졌다. 강의는 실험장이 되었고, B2B 환경은 검증의 장이 되었다. 전문가와 기업과의 협업은 썸네일을 현실에 올려보는 과정이었다. 지금 이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 역시 완성된 답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설계 중인 수많은 썸네일 가운데 하나를 꺼내어 점검하는 작업이다.
정답 대신 질문으로 시작하는 진로의 깊이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인생의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내 안에 어떤 재료가 이미 있는가.
어떤 경험은 힘들어도 다시 해보고 싶은가.
어떤 장면은 이유 없이 계속 떠오르는가.
진로 설계는 깊이를 먼저 요구하지 않는다. 수십, 수백 개의 썸네일을 거치며 비로소 '여기에는 더 알아볼 가치가 있다'는 감각이 생긴다. 그때부터 깊이를 선택하면 된다. 이것이 '꿈을 디자인하라' 개정판이 말하는, 지금 시대의 진로 설계 방식이다.
'썸네일은 꿈을 정하는 단계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꿈의 재료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mook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