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을 다시 만들다

by mookssam

동네 지인 중에

50이 넘어

사이버대 시니어 모델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있다.


그냥 졸업이 아니다.

가르치기도 하고,

실제로 모델로 데뷔했다.


동네 행사에 잠깐 서는 모델이 아니다.

프로필 사진이 있고,

무대가 있고,

일정이 있다.


그는

‘시니어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대단하다’는 말보다

‘정확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건

젊음을 흉내 낸 결과가 아니고,

유행을 따라간 선택도 아니다.


그는

4년이라는 시간을

대학에 투자했다.


하루 이틀의 체험이 아니라,

학과에 입학하고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했다.


시니어 모델학과에서

몸의 사용법을 배우고,

자세와 워킹을 연습하고,

무대와 현장을 이해했다.


이 선택은

즉흥이 아니었다.

오래 걸릴 것을 알고 한 결정이었고,

결과보다 과정을

감수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그의 모델 활동은

‘도전’이 아니라

이력이 되었다.


나이를 이기려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하나의 역할을

다시 만든 것이다.


모델이라는 직업이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다시 역할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시니어가 되면

사람은

역할에서 먼저 물러난다.

직함이 사라지고,

불리던 이름이 줄어든다.

누군가의 요청보다

자기 시간이 늘어난다.


이때

역할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쓸모가 없어진 것 같고,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지인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그는

자기 시간을

학습에 배치했고,

그 시간은

역할로 되돌아왔다.


이 장면에서

나는

시니어의 가능성을 말하고 싶지 않다.

대신

시니어의 방식이

어떻게 하나의 꼴로 완성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이건

누구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가 무대에 서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시니어의 삶에는

여전히

새로운 역할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

그 역할은

시간과 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는

자기 삶을

다시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삶을

다시 정렬했다.


그 결과로

역할이 생겼다.


시니어 모델은

직업명이 아니다.

하나의 '꼴'이다.

시간, 학습, 태도가

함께 만들어낸

하나의 형태다.


이 장을

성공 사례로 읽지 않았으면 한다.

이건

도전의 결과가 아니라,

투자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시니어가 된다는 것은

비워내는 일만은 아니다.

다시 채울 자리를

정확히 아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어떤 역할이 들어올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장은

그 선택이

어떤 꼴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이다.



사진_시니어 모델 인스타에서

​https://rb.gy/vnwls​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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