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l] 기대

by mool

기대라는 감정은 참 힘들다.


나는 어렸을 때 이벤트를 해주는 걸 좋아했다.

친구들에게도, 학교 선생님에게도, 가족들에게도. 방학 기간 선생님들이 출근하시는 날을 알아두었다가 모니터에 작은 응원쪽지를 붙여놓았고, 학기 말이 되면 친구들에게 그 사람의 장점을 적은 글을 나누어주었다. 일상의 작은 이벤트가 누군가의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게 좋았다.


특히 생일날이 되면 친구들에게 이벤트 해주는 것을 좋아했는데, 모르면 몰라도 일단 '생일'이라는 걸 알게되면 마음 속에서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꿈틀댔다. 반 아이들과 다같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작은 선물을 책상 서랍에 넣어두곤 했다.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내려다가 '어?'하며 선물을 꺼내고, 친구의 얼굴에 기쁨이 번지는 순간을 목격하는 게 좋았다. 그렇게 거의 모든 반 친구들의 생일을 하나하나 챙겼다.


그러다 내 생일이 다가오면 나는 약간의 불안을 느꼈다.

아마도 그 감정은 기대였으리라. 기대를 하면 따라오는 건 실망이기 마련이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내가 기대한 것 이하의 결과를 보았을 때 찾아오는 감정 말이다. 나는 그 실망을 처리하는 데에 무척이나 서툴었다.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기대할 일을 만들기가 싫어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생일을 누가 챙겨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조용히 지났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다녔다. 친구들은 "아... 그래? 응 알겠어!"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생일이 별로 없다.


나는 왜 그랬을까.

축하야 그냥 받으면 그만인데. 얼마나 기대를 하였기에 실망이 두려워 축하 자체를 피하려 하였나. 바보같았던 어린 나. 그래도 사랑스러운 나, 바보같은 나.


기억을 더듬어 가장 즐거웠던 생일을 꼽자면 25살 때의 생일같다. 당시 나는 자유로웠고, 작은 기대에 얽매이기보다 그냥 날아다니듯 살았다. 팔랑팔랑, 감정을 묵히지 않고 표현하며 흘려보내던 나날들이었다. 반짝반짝 하는 그런 날들. 누군가 축하해주는 것을 온전히 받을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사람은 희한하게도 기대하지 않을 때 오히려 큰 것을 받게된다. 아니, 기대하지 않았기에 크게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둘 다인 것 같다. 집에서도, 친구들을 만나서도, 알바하러 가서도, 학교에서도, 한 명에게, 여러 명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받으며 빛나는 생일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기대가 높아질수록 '기대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억누르는 억지도, 내심 무언가를 바라는 은근한 기대도 없던, 그저 자연스럽게 흐르던 날.


매일을 설레며 그저 나로 살아가는 날,

어쩌면 매일을 기대하는 날,

나는 그런 날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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