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l]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

by mool

3.

친척동생을 만나기로 했다.

유치원생이던 동생이 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의 엄마가 되어있다. 참 신기하다 싶으면서도 시간의 흐름이 그럴듯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둘만 만난 게 언제였더라. 명절이나 할머니댁에 갔을 때 마주하는 일은 꽤 있었지만, 성인이 되고 둘만 만난 것은 딱 한 번 뿐이었다. 아마 동생이 결혼을 하기도 전인 것 같다. 그때 나는 동생과 파스타를 먹었다. 스댕 잔에 얼음을 동동 띄운 콜라가 파는, 캐주얼한 느낌의 넓은 식당이었다.


시간이 흘러 둘째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동생에게 안부 연락을 건넸고, 자연스럽게 만날 날짜를 잡았다. 나도 동생도 반가운 마음이라는 게 느껴졌다.


다만 동생을 만나기 전에 식당을 예약하려는데, 어떤 느낌의 식당을 예약해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몇 년 만에 보는 것이니 좋은 곳에 데려가서 코스음식을 먹을까, 오랜만에 만나 어색함이 풀려야할텐데 괜스레 더 어색해지려나, 그래도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 캐주얼한 식당에 데려가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예약을 했다가 다른 곳을 알아봤다가 우왕좌왕 하며 꽤나 긴장한 나를 발견했다.


동생에게 미리 예약을 해둔 건 말하지 않고, 식당 링크만 보내주었다.

“여기 맛있어보이는데, 가보자!”

동생은 뭐든 잘 먹는다며, 좋다고 답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여기 예약도 가능한데 예약 할까?”

라는 문자가 왔다.


나는 “미리 예약해놨지.”라고 답하면서도 혹시 식당이 조금 별로인가,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로 바꿀까 안절부절하며 동생에게 괜스레 다른 레스토랑 링크도 보내보았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내가 지금 이토록 우왕좌왕 하는 것은, 친척동생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시간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사랑 때문이라는 걸.


멋진 언니가 되는 걸 포기하고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동생 만난다고 긴장한 1인이야, 쏘리”

센스있게 리드하고 싶고, 언니다워보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으니 동생에게 내 마음이 가 닿은 모양이다. 동생은 말했다. “언니, 전혀.“

그러더니 한 마디를 덧붙인다. “갬동이야.”


다음날에는 비가 왔다.

추적추적 쌀쌀한 날씨에도 ‘이런 날에 비가 오다니’ 하는 생각보다는 ‘기억에 더 남겠구나. 비 오니 더 좋다.’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해. 비가 오니 더 좋다.”

하니 친척동생이 “나도 비를 좋아해!” 한다.


우리는 코스요리를 맛있게 음미하고, 커피를 마시고, 서점에서 서로에게 책도 한 권씩 선물해주었다.


멋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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