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l]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

by mool

1.

내가 사는 오피스텔 맞은편 집에는 중년의 부부가 강아지 콩이와 함께 산다. 이사 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드렸더니 처음에는 어색하게 “네.”하며 머쓱해하셨으나 이제는 정겹게 말을 놓기도 하시고, 잠깐 마주치는 것인데도 무척이나 반가워하신다.

며칠 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같은 층에 내렸다. 바로 맞은편 집이어서 서로 등지고 조금 어색하게 각자의 집 비밀번호를 치고 문을 열려는데, 아저씨가 뜬금없이 나에게

“선풍기 필요해요? 선풍기 하나 줘?”

하셨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아니요,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저씨가 조금 아쉬워하시더니

“응, 그래요, 들어가요.”

하고는 집에 들어가셨다. 그냥 받을 걸 그랬나. 마음이 뭔가 몽글몽글 하였다.


2.

동네 카페에 갔다. 그곳 주인분은 나갈 때마다 직접 카운터 밖으로 나와 문을 열어주신다. 환한 미소로 "조심히 가요~!" 하시면서. 처음에는 저렇게까지 친절하면 나중에 지치실텐데, 생각하여 조금 과하다 여겼다. 근데 계속 그렇게 하셨다. 억지로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생활태도인 것 같았다.


그 후 조금 더 자주 갔더니 연락처도 모르는 나에게 책을 한 권씩 빌려주셨다.

책을 다 읽고 가져다 드리니,

"예쁜 책갈피를 모아왔어요."

하며 책갈피를 하나 고르라 하신다. 아무거나 주셔도 기쁘게 받을텐데, 여러개가 있으니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바꾸어도 된다면서. 나는 찬찬히 둘러보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책갈피를 골라들었다.

"이걸로... 가져갈게요."

카페 주인이 환하게 웃는다.


내 노트를 보고 "노트가 참 예쁘다~." 하셨던 게 생각나 하나 더 주문하여 가져다드렸다. 직접 만든 수제비누도 몇 개 포장하여 가져다드렸더니 "매번 받기만 하여서..."하는 걸 듣고 '오잉.' 싶었다.

내겐 받은 기억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민트향이 은은하게 나는 통통하고 동그란 예쁜 잎 두 개를 주셨다. 책 사이에 끼워두면 향기가 난다면서. 예뻐서 책 갈피 대신 꽂아두었다.


다음에는 화분을 하나 주시겠다 한다. 기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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