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단단하게

by Soomin P

최근 몇 주간 매일 밤늦게까지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일상이 반복되며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스스로를 압박하는 완벽주의 성향과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 주변의 기대까지 더해져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다.


일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로 스트레스에 파묻혀 시간을 흘려보내다 어느 날의 출근길 아침에 문득 "그래도 나 되게 잘 버티고 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직장 상사였던 러시아인 친구가 해주었던 얘기가 있다.

내 안에는 강인한 나도 있고, 우울한 나, 밝은 나, 여러 모습이 공존한다. 힘들 때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모습이 전부처럼 느껴지지만, 그때마다 다른 내가 다독여주면 된다.


들은 지 6년도 더 지난 얘기이고, 인사이드 아웃을 떠올리게 하는 사소하고 귀여운 얘기이지만 우울할 때 이 얘기를 떠올리면 조금은 기분이 괜찮아진다.


스스로가 싫어하는 부정적인 모습이나 부족한 모습이 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고 그 감정에 매몰될 때,

다른 모습의 내가 있다는 건 떠올리기 쉽지는 않지만, 그걸 잊지 않는다면 진짜의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다.



10년 전 일본에서 길을 걷고 있을 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 앞에 나서서 얘기하는 것이 두려워 집에만 몇 년 동안 갇혀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큰 용기를 내 밖으로 나왔고, 길을 지나는 사람을 붙잡고 얘기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자기 얘기를 좀 들어주지 않겠냐 했다.


오래전 일이라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떨리는 손으로 숨을 고르며 대본이 적힌 종이를 들고 읽던 모습은 선명하다.


얼마나 그 노력을 지속했는지, 본인이 목표한 모습에 이르렀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의 노력과 간절함을 눈앞에서 느낀 경험은 좋은 의미에서의 충격이었다.



다리가 불편한 분이 마라톤을 완주하거나, 손가락이 없는 분이 피아노를 멋있게 연주하는 것과 같이 누군가의 극복 스토리를 마주할 때면,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그 스토리를 가장 빛나게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노력 이전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해서 부족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노력하는 자신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진짜 빛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성장과 발전을 목표로 계속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려고 했고

뒤늦게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자 했지만 '부족한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나의 단점들을 회피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고 잠깐 생각이 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극단적으로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내려놓고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기에 앞서서 주변 사람들에 대해 너그러워지기를 하고 있고,

그 액션의 최대 수혜자인 귀여운 우리 팀 멤버들... 이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만큼 넥 슬라이스 조심하라고 협박하지도 않고 이해하고 보듬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2월부터 매주 보육원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며 조금은 더 관대해지고자 하고 있다.



매일이 인내심 테스트 같고 모든 순간이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지키며 버티고,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이번 주도 무사히 보냈으니, 다음 주도 잘 지내보자.

일요일 끝!


작가의 이전글the healing journey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