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기로 했다.
비혼을 주장하고 다녔던 시기도 있었고, 혼자서 버티는 삶이 버거워 무작정 결혼이 하고 싶었던 시기도 있었다.
어느 쪽도 진심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누군가에게 내 모든 것을 보여주고 평생을 함께한다는 일이 늘 불안으로 남아 있었다.
내가 봐도 이렇게 못난 내 모습을 누가 사랑해 줄 수 있을까. 누구를 만나더라도 완벽하고 쿨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밀어내느라 끝내 그 누구와도 진정으로 가까워지지 못했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계속 혼자더라도 이 이상 힘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오히려 혼자가 마음 편할 거라며 합리화했다.
작년 겨울부터 연애를 시작했고, 그는 이런 내 마음도 모른 채 자꾸만 빠른 속도로 나를 파헤치려 했다. 그에겐 순수한 호기심이었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모든 것이 파헤쳐진, 벌거벗겨진 느낌이었다.
나 스스로도 큰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던,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이렇게 크게 다가온 적은 처음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불안의 이면에 있는 벌거벗겨진 나 그대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싫다며 불안하다며 밀어내고 밀어내도
묵묵히 옆에서 더 아껴줘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어서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둘이기에
혼자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10이라는 두 자릿수의 세상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