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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May 14. 2024

자신이 싫어질 때, 번아웃이 왔을 땐 자라!

말로만 듣던 번아웃이 내게 올 줄이야.

 번아웃(Burnout Syndrome)이란 한자어로 '소진'을 뜻하는 말로 과도한 학업 및 업무로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정신적 탈진을 말한다.

번아웃 소진의 진행과정은 열성-침체-좌절-무관심 총 4가지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라 열정이 과하게 넘쳐났고, 야근 및 개인의 시간을 투자하며 자발적으로 행하고 거기에 따른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열성을 먼저 띄게 된다. 이후 업무 수행은 무리 없이 진척이 되지만 흥미는 다소 잃게 되고 이후 실패, 좌절을 통해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 및 회의감을 느껴 무관심 상태에 이르게 된다. 무관심의 단계에서는 직무 태만 및 스트레스로 버티기가 힘들어지는 상태가 된다. 



#1

본업과 함께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것. 즉 투잡의 여파는 상당했다. 9-6까지 투잡으로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 시달리고 나면, 이후 가정으로 돌아와 다시 본업과 육아를 이어가고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는 다시금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를 마치고 차분히 일상을 점검하는 시간 대신 밀린 집안일과 육아, 본업을 수행하고 공부를 하는 시간까지 다 쓰고 나면 이내 동이 트고 한 시간 남짓 남은 시간 속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일과를 시작했다. 분명 일의 과정을 즐기고 배우며 잘할 수 있단 의지 하나만으로 도전했는데 과도한 업무양과 부족한 수면시간 속에서 얻어지는 감정은 나의 무능함과 나 자신에 대한 비판, 우울한 감정과 불쾌한 감정이었다.

피곤할 땐 조금씩 쉬어주고, 수면도 취해주면 좋았을 텐데 내 상황에서는 주말에도 밀린 일감과 집안일, 급격히 떨어진 컨디션으로 인한 몸살감기로 하루하루 조금씩 지쳐만 갔다.


#2

이게 말로만 듣던 '번아웃'인가 하는 깨달음도 호기롭게 시작했던 일이 끝맺음이 나고 다시금 본업과 육아를 이어가야 할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모든 일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함을 느끼며 뭔가 한 가지를 시작하려고 해도 시작이 되지 않고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상태.. '현타 온다'는 말과 내 상태는 일맥상통했다.

"요즘 뭘 해도 의욕이 안서. 너무 피곤하고, 지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너무 두 달 동안 앞만 보고 달렸나? 왜 그럴까?" 하고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했을 때 돌아오는 답이 '번아웃'이 온 것 같다는 말이었다. 앞만 보고 달리고 뭐든 잘하려 노력하고 열심히 해내다가 그 일이 끝나고 났을 때 화르륵 열정이 불타고 남은 자리에는 재만 남아 황망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뭔가 새로 시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3

번아웃이 오기 전 내 일과 중 가장 좋아했던 일은 책을 보는 시간, 브런치에 접속해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정독하는 시간이 유일했다. 글을 읽을 때면 내가 바라보지 않은 시각에서 다시금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그리고 내가 처해보지 못한 환경과 상황에서 작가님의 시각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즐거움과 쉼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번아웃이 오고 난 후로는 글을 정독하는 일이 '일'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즐거움으로 다가왔던 일이, 휴식을 취할 때 늘 들여다보며 깨달음을 주었던 일이 말이다. 억지로 읽으려 하면 쉽게 피로가 왔고 더 이상 읽히지 않았다. 피곤함이 커서 글에 대한 내용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쉬이 되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괴로웠다. 그리고 내가 많이 지쳐있구나를 다시 한번 알 수 있게 되었다.



#4

지속적인 피로감, 만성피로, 휴식을 취해도 취한 것 같지 않음과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매일이 피곤하고 무기력한 상태. 삶에 권태감을 느끼며 모든 일에 의욕이 없고 우울증과 불면증까지 이어져갈 때쯤 둘째 딸이 물어왔다. "엄마, 엄마 오늘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느냐면…", "좋은 일, 나쁜 일 어떤 것부터 들을래요? 1 좋음, 2 나쁨 어떤 거요?" 위 질문에서도 한 가지를 쉬이 고를 수 없었다. '좋은 면 어떻고 나쁘면 또 어떠랴…' 반짝반짝 빛나는 딸의 눈빛에 지친 얼굴을 애써 숨긴 채 "엄마는 먼저 나쁜 일부터!" 하고 둘째 딸의 나쁜 일과와 좋은 일과에 대해서 들었다. 적당한 호응을 해 주고 다시금 멍한 상태로 앉아 있자니, 머리에 물수건을 올려주며 "엄마, 아파요? 아파 보여요. 좀 자야 될 것 같은데, 좀 쉬세요…" 하며 다 자란 아이같이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5

자기반성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을 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그저 쉬는 게 약이고 최선이다. 반성할만한 거리는 엄청나게 많은데 그것들에 사로잡혀 일일이 나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자면 그 부정의 감정에 사로잡혀서 벗어날 수가 없다. 차라리 평소보다 더 챙겨 먹고 평소보다 조금 더 잘 잘 수 있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명상, 힐링여행, 술자리, 영상시청 등으로 번아웃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영혼과 육신에 휴식이 필요하단 신호가 왔을 땐 그저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것이 가장 유일한 해답 일 뿐. 그리고 다시금 잘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때 그때 다시금 힘을 내서 잘 살아내면 그만인 것이다. 



번아웃과 직면했을 때,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다면 이때 어떤 행위로 버텨내거나 스스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그저 쉼 없이 달려온 내 자신에 대해 칭찬해 주고 그동안 밀어닥쳐 오듯 해왔던 일들을 멈추고 푹 쉬어주기로 하자. 내 자신, 스스로를 돌보는 일부터 해야 번아웃도 극복이 가능하고 회복될 수 있다.


사진출처 <Pinterest>



번아웃을 이겨내기 위해 했던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ex)운동, 휴식, 심리치료, 우울증약 이 외에 다른 방법들이 있다면 작가님들의 의견을 공유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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