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얼굴을 외우는 카페
드디어 나도 돈을 벌게 되었다. 처음 받은 Staff Time Table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스케줄은 매주 2주 단위로, 3~4일 전에 왓츠앱으로 전달됐다.
위와 같이 스케줄이 전달되어 내가 언제 일하는지뿐만 아니라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트라이얼 기간 동안엔 2~3시간씩 매니저 Rachael과 함께 일하며 업무를 익혀나갔다. 그리고 트라이얼이 종료된 이후에는 정식 Shift는 Time Table에 내 이름이 직접 프린트되어 있었다. 이젠 밴쿠버에서 나도 돈을 번다.
정식 Shift를 받긴 했지만 혼자서 일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항상 누군가와 같이 일하는 시간대에 배정되었다. 게다가 난 Blenz 외에는 다른 스케줄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전 시간이 프리했고, 그래서 이후 스케줄을 다양하게 받아 다양한 Coworker들과 일해볼 수 있었다.
Time Table을 Jamie 언니에게 보여줬을 때는 그래도 카페 경험이 없고, 이제 막 시작한 것치곤 스케줄을 많이 받은 거라고 했다. 하루 짧게 4시간만 일하는 건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나갈 일 없는 나에게 이런 짧은 근무시간도 소중했다.
정식 Shift를 받고 가장 설렜던 점은 드디어 나도 Tip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팁은 같이 일하는 Coworker와 똑같이 반으로 나누어 가졌다. 대개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2명이서 함께 일했는데 그때 같이 일한 Coworker끼리 나누는 것이다. 팁은 회사에 주거나 같이 일하지 않은 동료에게 나가지 않았다. 팁은 정말 그 시간에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들로 인해 발생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Coins로 Tips을 지불했는데, 가끔 카드 결제하면서 팁을 카드로 결제하면 영수증에 팁 금액을 확인하여 Tip cup에 coins으로 채워 넣었다. 그날의 팁은 이렇게 바로바로 정산된다. 세금도 안 떼어가니 좋다. 그래서 아무리 바쁘게 일해도 불만이 없다. 바쁘게 일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야간이나 이른 아침 새벽에는 혼자 일했는데, 그때 받는 팁은 온전히 1인분이었다. 혼자 일하는 만큼 손님이 적은 시간이라 이때 벌어들이는 Tip은 아무리 혼자 갖는다고 해도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가끔, 정말 가끔 통 큰 단골손님이 와서 지폐를 두고 가기도 했다. 그때는 "아우 됐습니다." 하는 것이 아니라 "Thank you"하면서 웃음으로 인사를 전해도 충분했다.
내가 일한 Blenz는 프랜차이즈이지만 단골손님이 많았기 때문에 팁은 다른 카페보다 두둑한 편이었다. Jamie 언니가 일하는 카페는 번을 만들어 파는 곳이라 판매금액이 훨씬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팁은 내가 훨씬 더 많았다.
대개 팁은 5~15%, 또는 그 이상으로 주거나 아예 안 줄수도 있다. 카페는 특별히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구매금액의 5~10%를 받았고, 구매금액이 $5 내외였기 때문에 커피 한 잔 팔면 팁은 $0.25~0.5 정도가 기대치였다.
그런데 내가 일하는 곳은 희한하게도 Tip이 많이 들어왔다. 단골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Tip 뿐만 아니라 매출도 Regular customer에게서 많이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Regular customer 관리에 철저했다. Staff들은 customer의 얼굴만 봐도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먼저 알았고, 미리 포스를 찍어두고 기다리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coworker는 골목에서 걸어오는 단골손님을 보고 그가 주문할 음료를 미리 만들어 준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골손님들은 Newbie였던 나에게 자신이 원하는 음료를 귀찮게 '말해줘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거기에 내가 한 번에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혹은 그들의 요구에 정확히 맞는 음료를 만들지 못하면 다른 동료에게 음료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Rude 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Sorry 하고 넘어가긴 했지만, 아무래도 일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그러니 많이 위축됐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그 손님이 까다로운 편이라고 하며, 나를 다독여줬다.
이런 상황의 카페이다 보니 내가 일하는 Blenz만의 특별한 노트가 있었다. 바로 손님들의 이름과 인상착의, 그리고 자주 주문하는 음료를 메모하는 노트였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부르는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이 주문하는 음료를 적어두었다. 동료들은 손님들의 특징을 알려주기도 했는데, 항상 아침 7시에 오는 손님이라거나, 항상 스카프를 메고 오는 손님이라거나, 등등이었다.
그래서 "Hi there"라고 인사하는 것을 넘어서 "Good morning OO"이라고 이름까지 부르는 걸 목표로 해야 했다. 그렇게 이름을 불러 인사를 하면 대부분의 친절한 Canadian regular customer들은 내 이름을 붇거나 앞치마에 단 명찰을 보고 내 이름을 외워주고 부르며 인사해 주었다.
누가 먼저 친절했을지 모르겠다. 내가 먼저 다가갔던 걸까, 그들이 먼저 마음을 열었던 걸까. 어느새 나는 Blenz의 coworker들과, customer들 사이에서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었다.
이 글은 2017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