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일기
찹싸아아알떠억-
지금 이 집에 이사 온건 작년 6월,
에어컨을 들여놓기 전까지 안방 창문을 열어두고 잠을 잤다.
밤 11시가 되어갈 무렵이면 어김없이 이 동네 골목의 모든 주택의 벽을 타고 올라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소리,
찹싸아아알떠억 -
와, 2016년에도 저렇게 찹쌀떡을 파는구나, 목청 진짜 좋다. 그렇지만 늦은 밤에 참 시끄럽다고 생각하며 나는 빛바랜 아이보리 컬러의 계량한복을 입은 중장년의 아저씨 모습을 상상하며 잠에 들었다.
그리고는 올해 봄,
화난 마음을 붙들고 집 앞 호프집에서 싱거운 삼천원짜리 생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가게 미닫이문 밖으로 찹쌀떡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는 곧 가게 문이 열렸다.
이럴 수가.
청바지에 검정 스트라이프 카라티를 입고 있는
곱슬머리에 턱선이 굵은 이 두꺼운 쌍커풀의 외국인이라니.
잔뜩 취한 나는 양반 다리를 후다닥 풀고 벌떡 일어나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지난 여름부터 내가 아저씨 목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궁금해했는지 알아요? 나 여기 앞에 저어기 4층에 살고 있어요, 잠에 들라고 하면 아저씨가 맨날 이 목소리로 잠을 깨웠는데, 아니 이럴수가.
어느 나라에사 왔어요, 우즈베키스탄! 아, 한국말 왜 이렇게 잘하세요, 어서 찹쌀떡을 주세요, 두개 주세요. 만원. 네네. 다음에 또 봐요.
하고 반가움을 뒤로 한채 헤어졌다.
그리고 얼큰히 취한 오늘도 거실 창 밖으로 아저씨의 찹쌀떡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는 오늘도 이렇게 자기 생업에 열심히다.
나도 조르바도 아빠도, 그리고 모두가 자기 생업에 열심히다.
열심히 지낸 오늘 하루가 지나간다.
오랜만에 엄마, 아빠, 지섭이, 조르바와 함께 큰 소리로 웃고 이야기 할 수 있어 감사한 오늘 하루가 지나간다.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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