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래서였을까
자고 일어나서
눈을 떴을 때의 내일이
오늘 하루와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뻔한 오늘과 같은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누워도 매일 잠이 쉽게 들지 않고
자꾸 뒤척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을까.
출근해야 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빠듯할 걸,
하고 달래듯이 눈을 감아보아도
마음이 헛헛해지는 것은
이제
내일의 하루가, 한주의 일상이
예상 안에서 이루어질 것 같아서.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보냈고,
오늘과 다름없는 내일이 올 것이어서.
그래서였을까.
이십대에 매일같이 바라던
고요한 호수처럼 평화롭고 잔잔한 이 마음의 상태가
삼십대의 어떤 날에는
혼자 거실에 앉아
영화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글을 읽다가
후드득 눈물이 쏟아질 만큼
나를 갑갑하게 꼭 옭아매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문득 놀란다.
어제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오늘,
오늘과 다름없이 안정적인 내일,
이 감사한 일상이
오늘 같은 어떤 날에는
문득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하고 나를 바라보게 한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내가 너무 늙어버린 것이 아닌가,
언제 이렇게 넋 놓고 살이 쪄버린 거지,
앞으로 새로 겪게 될 감정은 무엇일까,
그러한 것들이 내가 바라는 것들일까,
내가 마주하고 싶은 내일은 오늘이 아닌데.
내일은 무엇이 나타날까.
누구를 만날까.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어떤 책을, 영화를, 음악을, 그림을 만나게 될까.
거기서 난 또 어떤 새로운 감정의 동요를 경험하게 될까.
불안하고 두려워서
자주 호수를 떠올렸지만,
막막하고 걱정이 가득해도
터널 속처럼 그 끝에 눈뜨지 못할 만큼 커다란 빛이 나타나기를
무궁한 상상 속에서 들뜬 채로 하고 싶은 것을,
내일을 이야기하던
주정뱅이 나,
그때의 내가 자꾸 흐려지는 것 같아서
오늘은 자꾸
후두둑- 그런다.
#오늘은이런기분
20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