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아 문득 겁이 나.
나는 당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아 문득 겁이 나.
나는 감정이 명확하잖아.
당신에게 화를 내었다, 금세 강아지같이 새새 거리잖아.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 당신이 좋았다 삐졌다 하잖아. 당신은 내가 무엇에 삐졌는지 왜 기분이 좋은지 늘 알아채고 있잖아.
근데 당신의
좋음은 보이는데 슬픔이랑 상처가 선명히 보이지 않잖아.
당신은 슬픔과 불편을 감추는 인생을 살아왔잖아.
그걸 문득 인지하는 날 나는 두려워.
나는 호수같이 잔잔한 그 감정선이 좋아 당신을 사랑했지만
그래도 힘들잖아. 자존심이 상하잖아. 마음이 무너지잖아.
그런 날에도 한결같이 다정해서 나는 그게 참 좋으면서도 문득 겁이 나.
당신의 다정함이 너무 일상이라
무너진 그날에도 내가 당신을 배려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 나는 겁이 나.
못난 내가 착한 당신을, 언제나 호수처럼 잔잔한 마음을 가진 당신에게 함부로 말할 때.
사사로운 내 감정을 먼저 내세울 때.
오늘 같은 날 나는 많이 미안해.
당신이 나보다 더 마음이 큰 사람을 만났어야 했는데, 하고 생각해.
요즘 당신은 무너지잖아.
자존심이 상하잖아.
우울하잖아.
마음에 파도가 일어나는 그런 날에는 표현해도 돼.
내 배려 다 받고, 위로와 응원으로 마음 추슬러도 돼.
당신이 감정을 참지 않으면 좋겠어.
요즘 같은 날에는 짜증도 화도 문득문득 내면 좋겠어.
나는 착한 당신이, 보이지 않는 한 편에서 마음이 썩고 있을까 봐 자주 겁이 나.
20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