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은 여전히 살아있다
소파에 기대앉아 무심히 스크롤을 내리다 멈췄다. 문득, 아무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 내 얼굴이 낯설었다. 좋아요도 댓글도 새로운 소식도 끊임없이 올라오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비어 있었다.
언제나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바람이 불면 계절을 느끼고 노을이 질 때면 그 색에 취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느낌이 사라졌다. 그때 이 책이 나를 찾아왔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교수님의 책은 단순한 시 해설이 아니다. 시를 읽으며 마음의 감각을 되찾는 연습이다.
그는 말한다. '시를 읽는다는 건 남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번역하는 일.'이다라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잊고 있던 나의 언어가 되살아났다.
책을 읽다 보면 시는 위로가 아니라 감각의 회복임을 알게 된다. 무뎌진 마음을 흔들고 잊어버린 감정을 다시 부른다. 교수님의 문장은 따뜻하지만 단호하다. 시를 잊은 것은 결국 자신을 잊은 일이라는 것을 조용히 일깨운다.
책을 덮고 나면 오래된 노트를 꺼내고 싶어진다. 한때 내 마음을 붙잡았던 문장, 나를 살게 했던 한 구절을 다시 적어본다. 시는 그렇게 다시 돌아온다. 잊었다고 생각한 감정이 사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