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쿠자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무대 위는 순식간에 다른 세계가 되었다. 광대의 과장된 몸짓과 갑작스러운 음악, 불안정해 보이는 구조물 위를 뛰어다니는 곡예사들이 연달아 등장했다. 줄 하나에 의지해 공중을 가르는 장면에서는 객석 여기저기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소리가 동시에 났다. 바퀴 달린 철제 장치 위에서 회전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질 때는 현실의 중력감각이 잠시 사라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아이는 거의 매 장면마다 몸을 들썩였다. "와!" "대박!"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고 손뼉은 공연 내내 쉴 틈이 없었다. 남편도 다르지 않았다. 평소 감정 표현이 크지 않은 사람인데 위험한 동작이 성공할 때마다 아이보다 먼저 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함성을 지를 때면 나는 웃음이 나왔다. 이토록 솔직하게 흥분하는 모습은 일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혼란스럽고 기괴한 캐릭터들이 무대를 채우고 그 안에서 균형을 잃었다가 다시 중심을 찾는 과정이 반복됐다. 불안, 환희, 해방감이 몸의 움직임으로 전달됐다. 그 감각을 우리는 같은 속도로 향유하고 있었다. 막이 내릴 무렵, 아들은 아쉽다며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이건 영상으로는 절대 이 느낌이 안 난다."라고 손바닥이 벌게지도록 박수를 치며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평소와 달리 우리 모두 차 안에서 쉬지 않고 떠들었다. 각자 붙잡고 나온 장면은 달랐지만 감정의 온도는 비슷했다. 그때 깨달았다. 새로운 나라를 보는 기억보다 같은 순간에 동시에 전율하고 환희하는 경험이 우리를 더 오래 묶어두겠구나. 비행기 좌석 대신 객석에 앉는 시간을 늘려도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방향을 트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