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이라는 중력을 벗어나는 법
심장을 불규칙하게 두드리는 드럼 비트 위로 영화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시작한다. 영화 <버드맨>은 컷 없이 이어지는 듯한 집요한 롱테이크를 통해 주인공 리건 톰슨이라는 한 인간의 미로 같은 내면을 헤집고 다닌다.
리건은 한때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세상을 호령했으나 이제는 잊혀진 배우다. 그는 브로드웨이 연극을 통해 화려한 재기를 꿈꾸지만 그를 진정으로 괴롭히는 건 평론가의 펜 끝이 아니라 귓가에서 끊임없이 속삭이는 과거의 영광이다. 우리는 타인이 말하는 나(평판, 인기, 지위)를 진짜 나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리건 역시 대중의 환호가 사라지자 자신의 존재조차 희미해졌다고 믿는다. 그런 그에게 딸 샘은 일침을 찌른다.
"아빠는 사랑받는 것과 인정받는 것을 헷갈려하고 있어."
사랑받고 싶다는 원초적인 갈망을 타인의 인정으로 채우려 했던 그의 모습은 인스타 속 좋아요 숫자와 타인의 시선 속에 갇혀 사는 우리의 모습과 서글프게 닮아 있다.
병실 창문을 열고 나간 그가 바닥으로 추락했는지, 하늘로 비상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가 사라진 창밖을 보며 짓던 딸 샘의 환한 미소는 리건이 드디어 인정욕구라는 무거운 중력을 끊어냈음을 목격한 자의 경이로움이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지만 날개 없이도 우리는 날아오를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무거운 슈트를 벗어던질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오늘 하루 당신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귓가에서 끊임없이 속삭이는 당신만의 '버드맨'은 무엇인가? 타인의 기대인가, 아니면 지나간 과거의 영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