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로슬링 《 팩트풀니스 》

세상이 망해간다고 믿는 당신에게

by 책방별곡

뉴스를 틀면 늘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전쟁, 기근, 환경 파괴, 혐오와 분열.
화면 속 세상은 언제라도 균열이 날 것처럼 위태롭다. 그런 뉴스를 보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고 나서는 질문 하나가 자주 따라붙었다. 과연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그러다 독서모임 지정도서로 이 책을 만났다. 저자는 독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빈곤율, 기대 수명, 교육 수준 같은 기본적인 세계의 변화에 관한 질문들이다.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침팬지가 무작위로 찍은 정답률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다. 저자는 말한다.
이건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본능의 문제라고.
우리는 나쁜 소식에 과도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나누는 데 익숙하며
극적인 서사를 사실보다 더 쉽게 믿는다.

책을 읽으며 평온한 일상보다 갈등과 비극이 더 이야기답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팩트풀니스》가 주는 위로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다. 세상은 여전히 문제투성이지만
동시에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고 통계적으로 풀어낸다. 절대 빈곤은 과거에 비해 극적으로 줄었고 기대 수명은 늘었으며 문맹률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위기는 헤드라인이 되지만 개선은 통계표 안에 머문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이 점점 망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저자는 상황을 이렇게 비유한다.
인큐베이터에 있는 미숙아는 여전히 위중하지만
지난주보다 상태가 좋아졌다면 그것 역시 중요한 사실이라고. 세계 역시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다. 책을 완독 후 저자처럼 '가능성 옹호론자'가 되기로 했다. 근거 없는 공포 대신 데이터를 보고 절망 대신 우리가 이미 해낸 것들을 기억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위험을 부정하지 않되 진전을 외면하지 않는 자세다.

카페 창가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본다.
각자의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생각보다 단단하게 굴러가고 있다.
혹시 요즘 뉴스 알림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세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팩트는 생각보다 차갑지 않다.

우리가 믿어온 불안보다 훨씬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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