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이면 충분합니다

by 책방별곡

롤글라이더 탑승장 앞은 사람들의 불만 섞인 수런거림으로 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주말 장사하면서 미리 점검도 안 했대?"
​짜증이 밴 목소리들이 웅성거리며 허공을 떠돌았다. 기계 고장이라는 변수 앞에서 사람들은 하나둘 발길을 돌렸다. 평소의 나라면 남편과 아이의 눈치를 보며 미련 없이 돌아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언제부턴가 내 안의 무언가가 스위치가 꺼진 듯 무기력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일상은 김 빠진 탄산수처럼 지루하게 흘러갔다. 무뎌진 감각을 세차게 후려칠 무언가가 절실했다. 그래서 멈춰버린 기계 앞에서 기꺼이 두 시간을 버텼다.


​지루한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수리된 롤글라이더의 벨트가 내 몸을 단단히 조여왔다. '철컥'하는 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발끝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호흡이 멈칫했다. 이내 기계가 나를 허공으로 거칠게 밀어냈다.
​"악-!"
​비명인지 환호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세상이 기울어졌다. 귓가를 찢을 듯이 스치는 맹렬한 바람 소리가 머릿속의 눅눅한 잡념들을 하얗게 지워버렸다. 머리 위에서 레일과 롤러가 마찰하며 내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심장 박동과 섞여 고막을 강하게 울렸다.


​시야는 온통 속도감으로 얼룩졌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자 발아래로 유월드의 짙은 녹음과 루지 트랙 위를 점처럼 달려가는 사람들의 정수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중력을 거스르며 곡선 구간을 맹렬하게 휘돌아 나갈 때마다 내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생경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오르며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바싹 마른 입술을 꽉 깨물자 입안에 옅은 피맛이 느껴졌다.


살아있었다.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몸뚱이가 이 팽팽한 긴장감과 속도 속에서 비로소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온몸의 세포가 외치고 있었다.
​기다림에 비하면 하늘을 달린 시간은 2분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로 다시 바닥을 디뎠을 때 무기력의 견고한 껍질에는 금이 가 있었다. 어쩌면 고장 난 기계가 멈춰 세운 두 시간은 기다림이라기보다 무뎌진 나를 다시 예열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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