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강원도 영월 광천골

by 책방별곡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이자 천만 관객의 마음을 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의 수레바퀴 뒤편을 조명한다. 권력의 칼바람이 불던 계유정난과 단종의 유배라는 무거운 역사적 사실을 다루면서도 영화의 시선은 강원도 영월 광천골의 낮고 허름한 초가집을 향해 있다.

​매일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열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영월 청령포로 쫓겨난 단종(박지훈)의 삶이 시리게 다가온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묻고 답하며 세상을 배워가야 할 그 찬란한 시기에 어린 왕은 삼촌의 탐욕에 의해 권좌에서 끌려 내려와 침묵과 죽음을 강요당했다. 영화는 단종을 그저 역사에 짓눌린 유약하고 가엾은 소년으로만 박제하지 않는다. 광천골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촌장 엄흥도(유해진)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점차 내면의 단단함을 채워가는 그의 성장은 승자의 기록인 실록이 결코 담아내지 못한 인간 이홍위의 빛나는 순간들이다.


​처연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장악한 박지훈 배우와 소시민의 얼굴을 완벽하게 체화한 유해진 배우의 앙상블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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