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100미터 >

단 10초에 담긴 인생의 궤적

by 책방별곡

​100미터를 전력으로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 단 십여 초. 그 짧은 찰나를 위해 인간은 무엇을 어디까지 쏟아부을 수 있을까? 우오토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와이사와 켄지 감독의 애니메이션 <100미터>는 그 단순하고도 강렬한 질문에 온몸으로 부딪혀 답을 내놓는 작품이다.

​타고난 천재 토가시와 그를 보며 달리기의 쾌감을 깨달은 전학생 코미야. 어린 시절 이들의 관계는 절대적인 일인자와 그를 동경하는 추격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후 100미터 트랙 위에서 재회한 두 사람의 내면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겨야만 한다는 압박감과 슬럼프에 짓눌린 토가시, 그리고 일본 기록 경신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코미야. 재능과 노력, 환희와 열패감이 쉴 새 없이 교차하는 트랙은 그 자체로 우리네 삶의 솔직한 축소판이다.

​비가 쏟아지는 날, 선수들이 트랙으로 입장해 몸을 풀고 질주하기까지의 과정을 끊김 없이 보여주는 롱테이크 씬은 압권이다. 단순한 승패를 떠나 무언가에 미친 듯이 몰두해 본 자만이 뿜어낼 수 있는 처절함이 화면을 채운다.

​영화는 트랙 위의 청춘들을 통해 묻는다.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기대를 벗어던지고 오롯이 나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일 때 마주하게 되는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인가를.
​불안과 강박의 허들을 넘어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그들이 마침내 움켜쥔 것은 번쩍이는 트로피가 아니다. 그것은 남김없이 자신을 다 태워본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깃털처럼 가볍고 투명한 해방감이다.

결과보다 그 과정의 끈적한 고통을 응원하게 되는 영화다. 삶이 정체되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트랙 위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이들의 질주를 확인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구병모 《 절창 》